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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책값파괴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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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책값파괴의 허실

입력
2000.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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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메이저 출판사의 편집장의 말은 놀라웠다. 자신도 공식적으로는 도서정가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산다는 것이다. 그는 서점에서 책을 정가대로 구입하는 기자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했다. 대형 할인매장과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무너졌다는 말도 했다.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책의 할인판매를 금지시킨 문화관광부의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에 제동을 건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가 가격담합 행위라는 공정위의 지적은 시장경제 논리상 타당하다. 정가제가 거품가격을 그대로 독자에게 강요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책이 `상품'인 동시에 문화적 공공성을 지닌 지적 저작물이라는 데 있다. 할인판매가 허용될 경우, 서점들은 권당 판매이윤이 감소하는 만큼 많이 팔리는 책 위주로 책을 공급받으려 할 것이다. 출판사도 베스트셀러가 될 책만을 기획, 제작할 것 또한 불문가지이다. 가뜩이나 외면받는 인문학이나 전문서적, 순수문학의 고사(枯死)는 예정된 순서다.

할인판매를 하는 인터넷서점 대표도 이 점을 우려했다. “도서상품은 외면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얼굴을 띠고 있으나, 내적으로는 사회qm 지식기반적 성격이 강하다. 할인경쟁이 본격화하면 전체 출판물의 다양성과 질은 떨어지고 말 것이다.” 책의 `가격파괴'는 옷이나 화장품, 컴퓨터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김관명 문화부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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