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은 상대가 있는 게임입니다. 지분 비율, 임원 구성 비율 등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합의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겁니다.”우량은행간 합병의 핵(核)으로 지목돼온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은 뉴욕 증시 상장을 마무리하고 6일 오전 귀국, “10월중 우량은행간 합병 성사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형우량은행 2~3개를 축으로 하는 은행권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정부측이 은행 합병에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는데.
“강제합병이 아닌 이상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합병은 상대가 있는 것이다. 당장 (피합병 은행) 행장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누가 선뜻 합병에 나서겠는가.”
-주택은행과 한미ㆍ하나은행의 3자합병이 거론되는데.
“무슨 소린가. 터무니 없는 소문 때문에 뉴욕 증시 상장에 엄청난 애를 먹었다. 심사 과정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답했다.”
-합병을 추 m하지 않겠다는 얘긴가?
“장기적으로 대형우량은행 2~3개가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나라에 고만고만한 은행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인데다 전산분야(IT) 투자도 중복될 수 있다. 어떤 은행과 합병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지 이제부터 검토해볼 작정이다.”
-10월중 합병도 가능한가.
“공적자금 투입은행간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전에 우량은행간 합병을 성사시켜보려는 정부측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임원구성 비율, 지분 비율, 인력 구조조정, 점포축소 등 세부적인 마스터플랜에 모두 합의해야 합병 선언을 할 수 있다. 2개월이 걸릴지 5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 당분간 합병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일단 상장이 이뤄진 만큼 합병에 나선다고 제재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합병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뉴욕 증시 상장의 가장 큰 소득은.
“주택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상장 승인을 받았는데 4~5일 이틀동안 벌써 3만1,000주가 거래됐다. 4일 주가가 12.25달러였는데 5일에는 13.50달러로 크게 뛰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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