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쫓겨다니던 제가 미래의 경찰간부들에게 강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대도(大盜)' 조세형(56ㆍ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 연구위원)씨가 6일 동국대 강단에서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범죄학 특별강연을 했다. 범죄학개론 시간강사로 나선 조씨는 31년간의 범죄인생과 교도소생활, 범죄대처 및 교화방법 등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한 어투로 학생들에게 전했다.
조씨는 “한때 현대판 `의적'으로 불렸지만 이는 군부독재 시절 고관대작과 기득권층에 대한 민중의 억압된 보상심리에서 미화, 과장된 것일 뿐 나는 일개 도둑에 불과했다”며 “나와 신창원 같은 범죄자가 미화되는 사회는 불행하고 왜곡된 사회”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고관집 절도범죄와 관련, “고위 공직자이던 신모씨 집에서 초고가의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장관집도 털었었다”며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가족의 집 금고를 훔쳤던 내가 지금은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에서 도둑을 지키고 있다”고해 폭소를 자아냈다.
조씨는 “유능한 경찰관은 범죄대처와 법집행에는 엄격하되 범죄자에 대해서는 이해와 눈물로 감싸주는 휴머니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교도소는 `대형 범죄연구소'나 `범죄자 양성소', `단순한 격리공간'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범죄자는 후천적 환경에 만들어 지는 것이므로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않는 경찰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1시간30분동안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책으로는 알 수 없는 절도전문가의 생생한 경험을 듣게 돼 범죄원인과 범죄심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