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를 7조7,000억원에 사겠다던 포드가, 그리고 한보철강을 5,000억원에 사겠다던 네이버스가 매수포기를 선언한 뒤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대우자동차 채권단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손실 9,000억원을 기록한 회사에다 매달 1,500억원씩 자금수혈을 해야 하니 앞이 막막하고, 법정관리 중이긴 해도 5조 가까운 빚에 대해 이자 한푼 못 받고있는 부실 덩어리 한보철강의 채권단도 한숨만 나올 것이다.이 두 가지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우선 매수측에서 가격에 대해 무척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포드의 경우 인수제의 초기부터 가격부담이 무척 컸을 것이다. 대우자동차를 15년간 공동 경영하면서 누구보다도 대우의 실체를 잘 안다는 GM이 매수가격으로 2~ 4조원으로 적어냈는데 자신들은 7조7,000억원을 썼으니 말이다. 그후 포드 주가는 떨어졌고, 실사결과 대우차의 가치가 7조7,000억원에 훨씬 밑돌자 한달 여나 매수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것 같다. 이러던 중 타이어 리콜사태가 심화했고 포드주가는 더 떨어지게 되니 사업위험도가 높은 대우자동차인수를 포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보의 경우도 실사평가가 3,500억원 수준으로 나온 후 네이버스측이 끝까지 가격 조정을 통해 수익[]O~? 을 개선해보려고 했던 것을 보면 그들도 어지간히 가격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추진하는 방식도 두 사례가 유사하다. 매도측 주 협상자가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또는 구조조정위원회로서 정부기관이고 매각완료기한을 둔다던가, 협상불발에 따르는 위험관리를 전혀 안 했다던가, 그리고 투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가격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로 일관한 점 등 때문에 시끄럽고 말 많은 매각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미숙 외에도 대우자동차 매각전략에는 치명적인 실책이 있었다. 초기에 GM과의 경쟁입찰을 유도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양쪽을 저울질하면서 가격을 올린 후 제시된 가격에 어떤 의무가 따르게끔 계약금부과나 포기벌과금을 지불케 했어야 했다.
두 번째 실수는 포드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포드의 빠른 결정을 유도했어야 했다. 우선 매도측은 포드가 대우인수 결정 후 포드주가가 떨어졌고, 이에 대해 포드 최고결정자가 가졌던 부담을 이해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 실사결과를 어느 정도 포용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종결을 도모했어야 했다. 즉, 양측이 대우자동차의 적정가에 대한 충분한 교감을 바탕으로 매각을 성사시켰어야 했다. 물론 타이어 리콜은 예상치 못한 악재라지만 결국 협상도 제대로 못한 채 매각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여하튼 낙관으로 일관한 우리 협상팀의 무책임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한보철강이나 대우자동차의 경우 협상자가 성공에 대한 보상도,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다는 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측 협상자의 경우 성공 실패에 무관하게 월급이나 상당한 액수의 고정비를 받아간 반면, 포드~? 네이버스측은 실패에 따른 부담이 무척 큰 상황이었다.
포드가 대우자동차의 인수로 큰 손실을 볼 경우 회장은 경영자 노동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될 것이고, 네이버스컨소시엄의 경우는 모든 손실을 참여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한다.
손익계산서를 따지고보면 우리측 협상자는 고정수입에 만족할 수 있었지만, 매수의향자는 상당한 실사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국민들은 또다시 인수실패에 따르는 대부분의 손실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도, 방식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선우석호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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