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판결을 받았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8월7일 강제퇴원까지 당한 채 진통제로 버티다 끝내 사망선고를 받은 70대 K노인. “8월말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치료 한 번 제대로 못받고 돌아가시게 됐다. 왜 나를 불효자로 만드느냐”며 울부짖는 또다른 K(57)씨.`암환자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경실련 강당에서 6일로 예정된 의료계 총파업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암환자들의 실태를 공개했다. “짧은 의료공백이라 해도 하루하루 진행양상이 달라지는 암환자에겐 그야말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울음 섞인 암환자들의 절규는 이 자리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9월 2일부터 항암치료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는 폐암 환자 H(66)씨, 5월부터 지금까지 진단결과조차 통보받지 못한 간암 환자 T씨, 6월로 예정됐던 수술이 지금까지 지연된 전이성 제4요추 악성종양환자 L(52)씨, 서울과 원주를 오가다 수술시기를 놓쳐버린 백내장환자 P씨….
대책위는 “지난달 21일 이후 보름여 동안 접수된 수술 및 치료연기 사례만 14m1 에 달한다”며 “재폐업이 강행될 경우 이들의 생명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대책위 공동대표 이정갑(李廷甲)씨는 “두 차례에 걸친 의사파업으로 암환자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면서 “다음 주 초 병원협회, 의사협회, 정부 등을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암환자와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의사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정오께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사들은 “제발 살려달라”는 이들의 애끓는 호소를 차갑게 외면했다. 오히려 李 시간 병원 한 켠에서는 전국의과대학생 대표라는 학생 48명이 `의권(醫權)을 지키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 병원에서 21살 아들의 간암 치료를 돌보고 있는 장영이(張英二ㆍ43ㆍ여)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왔는데 만나주지도 않네요. 의사선생님, 우리아들 제대로 치료받게 좀 해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흐느꼈다. 무릎 종양환자 김모(21)씨 가족도 “의료폐업으로 정기검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릎아래 종양이 재발, 이제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통곡했다. .
결국 의사 한 명 만나보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든 재폐업만은 막아보겠다”며 이번에는 의정대화가 열리고 있는 경기 과천시로 떠났다. 이들이 떠난 병원 복도에는 의사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암환자와 가족들의 `호소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는 의사들의 `의권'에 우선합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존재하며, 의사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의권도 환자들이 부여했을 때만 그 정4m 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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