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맞아 남한 정부와 정당, 사회단체를 기념식에 초청한 것을 놓고 참석 여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통일 분위기 확산과 남북 교류폭 확대를 위해 마땅히 초청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럴 경우 창구의 다원화로 남북대화에 혼선이 빚어지는 등 북한의 대남 교란책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식 입장표명을 유보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정당, 사회단체의 방북신청도 불허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찬성***
정대연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정책위원장
북이 노동당 창건 55돌을 맞이해 남의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를 손님으로 초청한 것은 결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번 노동당 창건 55돌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이 북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남북정상의 공동선언으로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때에 같은 동포인 남녘의 대표들을 초청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초청 받은 남의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이 북의 초청에 기꺼이 응함으로써 북의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과의 상봉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대외에 널리 과시하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역사8?적 전기가 될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통일은 민족구성원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역사적 대업인 만큼 당국자간의 회담은 각계 각층의 교류와 협력으로 확대 발전해야 한다. 특히 남북의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통인? 을 위한 힘과 지혜를 모아낸다면 당국자간의 회담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전민족적 의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북의 통일전선전략에 동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표하는 입장도 있으나 이것은 여전히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단견이다. 통일전선전략이라면 특정세력을 반대하고 나아가 타도하는데 이해를 같이 하는 세력과 연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에 북이 초청한 정당과 단체는 여야는 물론이고 진보적 단체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단체까지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의 초청을 통일전선전략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억지이다.
통일은 그 본성에 있어 계급과 계층, 사상과 이념, 정견과 신앙의 차이를 뛰어 넘어 민족의 이익을 위해 전민족적인 단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북의 초청은 이러한 통일의 본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다.
노동당 창건기념일이라는 성격 때문에 적당치 않다는 견해도 있으나 손님으로 참석한다고 해서 노동당의 정책과 노선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때 이 또한 편협한 태도이다. 6월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에게 기꺼이 분열과 사열이라는 의전을 베풀고 수십만의 인파가 연도에 나와 기꺼이 환영해 준 모습은 통일을 위해서는 체제나 이념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해방 직후 조국의 분단을
막기 위해 열린 남북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에 기꺼이 참여했던 김구선생님을 비롯한 애국자들의 정신을 깊이 새겨볼 때, 조국 통일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북의 초청에 기꺼히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북의 초청을 받은 정당과 단체의 대표들이 방북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반대***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연구실장
결론부터 말해 북한 노동당 창당 55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해선 안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정당이란 이름은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대중의 모든 조직 가운데서 가장 높은 형태의 혁명조직'이다. 이 조직이 1980년 10월 채택한 당규약 전문은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대남 적화혁명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남한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노동당의 창건 기념식에 우리의 정당·사회단체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노동당이 지향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둘째, 북한의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에 가지 말아야 한다. 이번 초청장에서 정당·단체 연석회의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내용적으론 예의 연석회의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당·단체 연석회의는 통일전선전략의 핵심이다. 최근 북한은 고위 정치인,경제인, 종교인 등을 대상으로 한 상층 통일전선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 하층 통일전선이 형성돼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셋째, 6·15 남북공동 선언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남과 북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식적인 대화채널을 개설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틈입할 여지가 없어질 때까지 교류와 협력은 공식적인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게 옳다. 따라서 여러 실질적 회담통로를 놔두고 남북간에 논란과 불신을 낳을 사실상의 연석회의를 북한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남북문제에 정치적 의도를 개입시키려는 저의에 따른 것으로 밖엔 볼 수 없다.
넷째,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은 결코 `동족의 경사'가 될 수 없다. 북측은 남쪽 대표들이 참석할 경우 노동당의 정통성 과시와 내부 체제강화의 호재로 이용하려들게 뻔하다. 기껏 가봤자 선전에 이용되거나 들러리 역할만 할게 분명한데 우리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념갈등을 부채질하려는 그들 각본에 놀아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다섯째,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교류는 북한 노동당이 실질적으로 대남 적화노선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검증된 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6·15선언 이후 북한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본질이 변했다는 증거도 없다. 조명록 차수의 방미는 남한으로부터는 경제원조만 얻고 평화협정체결 등 실질적인 문제는 미국과 해결한다는 북한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런 터에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입북, 북한이 벌이는 굿판에 끼어든다는 것은 민족화해와 신뢰구축과 거리가 먼 것이다.
■텔레서베이
北 노동당 창당 초청 응해야 하나
북한이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일(10일)을 맞아 남한 정부와 정당, 사회 단체 등을 초청한 데 대해 응해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한국통신엠닷컴이 4일 018 이용자 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75%가 `응해야한다'고 대답한 반면 `응해서는 안된다'는 대답은 25%에 불과했다.
`응해야 한다'는 대답은 전 연령층에서 70%를 넘었으며 30대는 81%나 됐다. 성별로는 남성의 78.7%, 여성의 64.7%가 `응해야한다'고 대답했고 직업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북한의 초청에 응해야하는 이유로는 `남북화해에 도움이 되므로'가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류의 폭이 넓어지므로'가 33.3%, `남한 사회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북한에 알릴 수 있으므로'가 16.7%였다.
응해서는 안되는 이유로는 `실질적인 교류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므로' 56.2%, `북한이 통일전선전략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므로' 31.3%, `대북창구가 많아져 남북관계에 혼선이 올 수 있으므로' 12.5%의 순이었다.
한편 사회단체 등이 이번 초청에 따라 방북을 신청하면 정부가 허용해야 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m 71.9%가 허용해야한다고 대답, 북한의 초청에 응해야한다는 대답과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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