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10년이 흘렀다. 독일 통일 과정은 우리가 몇 번이고 들여다봐야 할 거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독일 통일에 대한 고찰은 곧바로 우리의 현실적 고민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푸른 숲 발행)는, 제목이 분명하게 말하듯 우리의 통일에 대한 환상과 조급증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거는 셈이다.책이 우선 지적하는 것은 제목 그대로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야 물론 통합 되었지만 `게으른 동독놈'과 `역겨운 서독놈' 사이의 사회적ㆍ문화적ㆍ심리적 분단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끝없이 들어가는 통일 비용과 가까워지는 커녕 확대 재생산되는 상호 불신과 편견이 독일 통일의 현주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진보평론'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다 그는 최근 독일 사회의 정서를 대변하는 말 가운데 하나로 `오스탈지어'라는 신조어를 든다. 노스탤지어(Nostalgia)에서 N을 뗀 이 말은 구동독에 대한 향수를 뜻한다. 그는 이 말에서 동독인들의 박탈감을 읽는다. 현재 독일 전체의 핵심 엘리트 집단 가운데 구동독 출신의 비율이 군부와 경제계 0% , 행정 ?사법부 3%, 과학분야 7%를 차지하는 데서 보듯 승자와 패자는 분명했던 것이다. 분단은 더욱 내면화했고 사회적 통합력은 해체될 수 밖에 없었다.
통일 이후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악순환은 독일 통일이 서독의 총체적 우위 속에서 진행된 자본주도의 통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달리 말하면, 노동에 대한 신보수 및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관철이었다는 것이다. 통합과정의 사회적 부담은 동독의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문제로 돌아왔을 때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보다 분명해진 셈이다. “통일은 분단 상태의 문제점과 갈등을 그대로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양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통일은 남한 자본주의를 혁신하고, 북한 사회주의를 개혁하는 기회이자 과정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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