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의 매각 실패를 두고 김대중대통령이 4일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계가 뒤숭숭하다.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을 주도했던 대우구조조정협의회는 물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가 금융감독위원회 실무 책임자들까지 문책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보철강의 경우 주채권 금융기관인 자산관리 공사와 양해각서 체결 당시 주채권은행이었던 제일은행 등이 서로 책임이 없다면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하튼 최고 통치권자가 문책을 공식 밝힌 만큼 사안의 경중에 따라 또 책임의 경중에 따라 누군가는 조만간 문책 조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기(失機)를 거듭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차 마련하지 않아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자초한 만큼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그런데 문책 대상에 오르내리는 이들을 보며 동정심이 드는 것은 왜 일까.야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감독이 사인을 내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했다면 가장 중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선수에게 무능력을 탓하며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1차적인 책임은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부실기업의 잇따른 해외매각 실패를 보며 국민 누구도 실무 책임자들의 독단적인 행위였다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비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진두지휘한 윗선은 보호되고 책임은 실무진만 지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과연 앞으로 궂은 일은 누구에게 맡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당당하게 면죄부를 받은 윗선들이 다시 제2, 제3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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