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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논문 質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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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논문 質 '속빈강정'

입력
2000.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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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연구의 수준이 정체상태다. 지난해 세계 유력 과학지에 발표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논문의 양은 세계 16위로 1998년과 같았고 질적 수준도 60위로 여전히 하위에 머물렀다.과학기술부는 5일 미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집계하는 과학논문인용색인(SCI) DB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발표 및 인용현황을 분석,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998년보다 15.7%가 늘어난 1만1,010편의 논문을 발표해 순위로는 제자리를 지켰다.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피인용도에서는 최근 5년간 편당 1.81회로 세계 60위(1995년 53위, 1998년 61위)였다.

이는 세계 평균치인 3.82회에 크게 못 미치며, 우간다, 베트남, 짐바브웨 보다 뒤떨어진다. 물론 이들 나라는 연 평균 400편 미만의 소수 논문을 발표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논문 중 최고 79회까지 인용된 것이 있는 반면 단 한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양적 성장의 허구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논문 양에서 1996년 브라질, 1997년 덴마크 대만, 1998년 벨기에 이스라엘 등을 젖히고 16위까지 상승했으나 15위인 스위스(1만3,729편)와 격차가 커 당분간 순위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과학연구가 일정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연구의 내용 면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질적 도약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기관별 피인용도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많은 논문을 낸 서울대는 우리나라 논문 수의 12.8%(1,277편)를 차지하지만 피인용도는 삼성의료원(편당 1.77회) 원자력병원(1.74회) 배재대(1.69회) 등보다 훨씬 뒤떨어진 12위(1.15회)에 그쳤다.

논문 수로 2, 3위인 한국과학기술원(996편)과 연세대(519편)의 편당 피인용도도 각각 26위, 45위였다. 과기원 전자도서관 소민호(39) 선임기술원은 “상대적으로 공학분야 연구에 치우친 우리 대학이 생명과학, 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소홀해 이 같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별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는 최준호(과기원 생물과학과ㆍ79회) 교수였고 지난해 게재한 논문 중 인용기대치(게재된 과학지의 파급력을 기준으로 한 예상치)가 가장 높은 것은 최준호 노태원(서울대 물리학과) 이영욱(연세대 천문우주학과)교수가 각각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 3편이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피인용도 국내1위 최준호교수

“논문 편수로 연구성과를 따지다 보니, 일단 편수 늘리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과 경쟁할 정도로 수준높은 연구를 실시할 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준호(47ㆍ생물과학과) 교수는 국내 과학논문이 질적으로는 발전하지 못하는 현실과 관련, 먼저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교수는 1995년 `바이오케미컬 앤드 바이오피지컬 리서치 커뮤니케이션'지에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의 RNA 나선 효소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최근 5년(1995~1999)동안 국내외 논문에79회 인용돼 국내 논문으로서는 최다 피인용 논문이 됐다.

최 교수는 “새로운 사실을 다루되, 인접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을수록 논문의 영향력은 커진다”고 자신의 성과를 평했다.

그는 또 “4~5년간 네이처지에 실린 생물학 관련 국내 논문이 4편에 불과하다”며 “`질'보다는 `양'을 따져 연구비를 지급하는 풍토에서 논문 내용의 경쟁력까지 따지기는 어렵다. 이제는 양에서 질로 판단기준을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력이나 연구비 등 연구 여건이 선진국에 뒤지고, 과학 후진국이라는 국제적 인식 때문에 논문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으면 심사에서 떨촛m 지기 일쑤인 점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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