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중국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韓流:한국 물결)'에 노란불이 들어왔다.3일 `메리트21(대표 김국진)'이 베이징에서 주최하기로 한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이 취소되면서 우리 연예인의 현지 진출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사건은 중국 공연을 알선해 온 `메리트21'측의 묵인 하에 대표를 사칭한 K모씨가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자 가수들에게 개런티를 지불하지 않고 잠적해 버리면서 발생했다.
공연에는 NRG 안재욱 이정현 클론 베이비복스 등 중국에서 인기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가하기로 돼 있었다..
2월 H.O.T의 베이징공인체육관 공연을 성사시킨 우전소프트 김윤호대표는 “공연이 취소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언론 관계자들이 밤새 전화를 해오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나쁜 분위기를 전했다.
우전소프트는 당초 11월말 베이비복스의 공연을, 내년 2월중 H.O.T의 전국 순회공연인 `중국대장정'을 추진해 왔으나, 베이비복스의 공연은 중국 내 여론 동향을 파악한 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김대표는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연예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먼저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H.O.T를 필두로 NRG 베이비복스 안재욱 등은 중국에서 가장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H.O.T나 NRG의 경우 이미 20만장의 음반이 팔렸다. 중국에선 정식 CD의 30배 가량이 가짜 앨범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공연 무산으로 상처를 입을 우려가 크다.
한국문화 바람, 즉 한류 분위기는 1998년 중국에서 H.O.T의 음반이 정식 발매되면서 조성되기 시작, 이제 조금씩 순익을 낼 만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전소프트 김대표는 “한국업체가 중국에 와서 공연을 갖는 것은 사실 프로모션용이다. 실제 순익이 나올 수 있는 단계는 중국측 파트너가 나타나 합작으로 일을 추진할 때”라고 밝혔다. 현재 베이징에서 손에 꼽을만한 공연기획사는 국영으로 운영되는 4, 5군데 정도다.
때문에 이들과 합작단계에 들어가면 중국기업의 협찬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CF출연이나 초상권을 이용한 상품 판매도 원활해지게 된다.
특히 공연 한 건을 기획할 경우 문화부, 공안부, 소방국 등의 허가를 받는데만 1개월반 이상 소요되는 현지 행정의 특성상 합작파트너를 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한 탕식 중국진출을 노린 `한 업자'의 소행에 불과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연예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체계적인 외국진출 전략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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