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다” “우왁스럽다”서울 인사동 `역사문화 탐방로' 가 다음주 완공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대 못지 않게 주민과 행인들의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려 1년 8개월에 걸쳐 시행했던 인사동 역사문화탐방로는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3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공사이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회장 임명석)는 9월말 서울시장 앞으로 인사동길 돌벤치를 개선해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보존회는 “인사동 길 좌우에 설치된 돌벤치 규격이 너무 커 좁은 길에 균형이 맞지 않으며, 숫자도 너무 많아 인사동다운 분위기를 크게 훼손한다”면서 “돌벤치 일부만 놔두고 다른 장치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사동 길에는 넉자 크기의 `돌방석'을 비롯, 넉자 또는 다섯자 길이의 `돌걸상', 자그만 물확(물담는 웅덩이를 가진 돌덩이)이 있는 물확걸상, 화초를 키우는 화분역할을 하도록 한 `돌화분' 등 다양한 종류의 석물이 놓여 있다.
탐방로 설계자인 ㈜서울포럼의 김진애 대표는 “사람들이 걸터앉고 화초를 키우도록 마련한 석물” 로 “인도와 차도 경계를 위한 장치이자 주차 방지용”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좁은 길에 너무 많이 설치된 우람한 석물들은 보행?에 지장을 줄 뿐더러 디자인도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과잉설치된 석물은 인사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5일 오후 4시 사간동, 소격동, 팔판동, 성북동 일대 화랑주인과 주민들은 진선북카페에 모여 “경북궁길을 에워싸는 돌벤치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보행에 지장을 줄뿐 아니라 경북궁의 웅장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화단과 돌벤치가 사간동 일대 거리에 설치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참석자 중 한사람은 “경복궁일대 도로미관공사 설계 역시 전혀 주민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과잉디자인 됐다”면서 “날이 갈수록 더욱 이상한 모습으로 문화예술마을이 변하고 있어 서울시에 건의문을 내고자 자리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 일대의 설계도 김진애씨가 맡았다.
건축가들은 “디자인은 잃어버리고 전통이라는 개념에도 너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물확걸상의 웅덩이에는 행인들이 지나가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내던져 자칫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재떨이로 둔갑할 운명이다.
건축가들은 길 바닥을 포장하고 있는 전돌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섬세한 문양 전돌이 차가 지나가면, 특히 겨울철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결국 다 깨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전돌을 한단 차이로 깔아 인도와 차도를 구분케 했는데, 색깔 구분이 잘 되지 않아 행인들이 자주 걸려 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동의 진입 상징으로 세워진 `열주식 나무기둥' 도 기둥이 10개나 돼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다. 북인사길, 남인사길 경계의 네거리로서 설치된 `이정표', 안국역 쪽 느티나무 밑에 마련된 작은 쉼터인 `북인사마당' 에돔? 앞에 검은 건축물을 세우고 있어 운치를 잃고 전통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인사동과 사간동 일대 주민들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문화예술거리의 본모습을 되찾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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