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불법로비 수사과정에서 뭉칫돈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의혹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는 96년 15대 총선을 전후해 자신과 아들 명의의 계좌에서 거액이 입·출금된 사실이 확인된 전 신한국당 총선대책위 부위원장 황명수 전 의원(현 민주당 고문)등을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돈의 출처가 고속철 로비자금인지, 또는 소문대로 안기부의 총선지원 자금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수사진행에 따라 현재 야당의원인 문민정부 실세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거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비화할 소지마저 있어 일대 회오리가 일 수 있다.황 전 의원은 연루의혹이 있었던 린다 김 무기 불법로비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를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이 황씨 등을 출금조치하고 이를 공개한 사실 등으로 미뤄, 이미 구체적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의 성격이 무엇이든간에 의혹은 당연히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안기부가 정치자금 조달에 개입한 의혹은 철저히 규명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검찰이 의혹을 공개한 시점이다. 검찰은 몇달전 고속철 사건 공판을 통해 황씨가 로비자금 20억원을 불법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이제야 공개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 벌써 세간에는 거액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흐리기 위한 맞불용이라느니, 반 DJ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YS 견제용이니 하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황씨의 린다 김 사건 연루의혹을 끝까지 추궁하지 않는 것은 그가 집권당 소속인 점을 고려했으리란 관측이 많았다. 그 사이 바뀐 정치상황이 황씨에게 ‘보호막’을 제공하기가 껄끄럽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권 적용의 일관성과 공평성을 다시 의심받는 것은 딱한 일이다. 검찰의 투명한 수사를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