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로 정권 출범 6개월을 맞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대북 '독자 외교'가 정가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모리 총리의 대북 '독자 외교'는 외무성과 아무런 협의 없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지난달 30일 도쿄(東京)신문 보도로 드러나면서 표면화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리총리는 7월15일 자민당 본부 인근의 캐피털 도큐(東急)호텔에서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아시아뉴스'의 문명자(文明子) 대표를 만났다. 이어 8월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고 8월말 문대표를 다시 만나 베이징(北京) 정상 회담을 타진하는 친서를 건넸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여당은 곤혼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무장관은 "대북 수교 교섭은 어디까지나 총리와 협의해 가며 하는 것이므로 엉뚱한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외무성 관계자들은 "지나친 정상회담 의욕은 북한에 발목을 잡혀 수교 교섭을 어렵게 한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자민당내에서도 "대통령제하의 김대통령과 내각책임제하의 모8?리총리는 다르다"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여당이 확보하고 있는 대북 접촉 창구를 배제하고 북한 정권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문대표를 '밀사'로 선택한 데 대해서는 "자칫 발을 잘목 디디면 일을 크게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성하다. 4일 발매된 주간문춘(週刊文春) 최신호는 문대표가 북한 정권은 물론 한일 양국 정계에 '굵은 줄'을 가진 인물이라고 전하면서 92·94년 통일교 실력자인 박보희(朴普熙)씨와 나란히 북한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리총리는 이같은 비판론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3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총리를 최고 외교고문으로 기용, 오히려 '독자 외교' 노선의 강화를 예고했다.
모리총리의 이같은 의욕은 집권 이래 잦은 문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가운데 당내 정권 기반도 취약한 상황에서 대북 외교를 지도력 회복의 재료로 삼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최근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간사장은 물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총리까지 정권 인수를 겨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초조감이 더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무성에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정상급 회담 추진, 50만톤의 대북 쌀지원 방침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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