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영화 `Vanishing Twin' (감독 윤태홍, 주연 지수원)은 색다르다. 미스터리와 멜러를 섞은 복합 장르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 23곡 등장하는 사운트 트랙이 창작곡, 그것도 모두 재즈다. 창작 재즈만으로 영화 전편의 음악을 채우기는 이번이 처음. 또 베이시스트가 그룹 리더로서 음반을 낸 것 역시 처음이다.시판용 CD에는 12곡을 추려 담았다. 흐느끼는 색소폰이 인상적인 쿨 재즈곡 `지난 기억' 은 일반 애호가용이다. 그러나 이론적인 선법 재즈곡 (modal jazz) 인 `Vanishing', 끈끈한 프리 재즈곡 `무의식' 등은 마니아용이다. “사실, 그런 곡들이 더 애착가요.” 연주를 맡아 준 재즈 쿼텟의 베이시스트 전성식(33)이 말했다. 그와 함께 곽윤찬 (33ㆍ피아노), 손성재 (30ㆍ색소폰), 크리스 바가 (33ㆍ드럼, 비브라폰) 등 평소 각별한 사이의 또래 재즈맨들이 협연했다.
비밥, 스윙, 펑크, 발라드, 라틴, 프리 재즈 등 재즈가 낼 수 있는 색깔이 어쿠스틱의 깃발 아래 모였다. “영화의 장면 장면을 봐 가며 제가 직접 썼죠. 차분하고도 미스터리적인 보라빛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녹음은 지난 9월 13일 난장 스튜디오에서 하루 만에 완료했다.
“?이제 한국 재즈맨들도 오리지널곡을 연주했으면 해요. 미국, 일본 등 재즈 선진국에서 한국도 오리지널 곡을 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죠.” 정통 재즈맨의 자부심이 읽힌다. 영화사의 요구에도 불구, 보컬을 굳이 쓰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주 (interplay) 가 아니라, 노래 반주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
OST 음반은 와와 엔터테인먼트에서 10일부터 발매한다. `용가리', `여고괴담' 등 모두 4편의 사운드 트랙을 발매한, 출범 1년째의 음반사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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