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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에 학교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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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에 학교가 무너진다.

입력
200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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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다가 다음날 인터넷에 뜰 욕설을 생각하고 참아버릴 때가 많습니다.”“학교 홈페이지는 학교와 학생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인격모독과 불신의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청소년들의 사이버 폭력 및 언어파괴, 학교공동체 붕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4일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유언비어와 욕설, 비문법적 언어가 횡행하는 사이버 공간이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간의 불신을 조장한 끝에 학교공동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교실의 사이버 폭력

토론자로 참석한 수원정보산업고 안익철(安益哲)교사는 “학교 홈페이지가 가상학습, 정보제공 등 긍정적 측면이 많지만 학교측은 게시판 활성화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도저히 교사가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의 원색적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차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교사는 또 “홈페이지에 특정교사에 대한 음해가 쏟아지면 사실이 아닌데도 `실제로 무슨 잘못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의 대상이 되는게 현실”이라며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는 아예 `문제가 m 소지를 만들지 말자'며 지도를 포기하게 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 토론자인 서울 언남고 2학년 조혜원(趙蕙苑)양은 “주변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사이버 언어폭력을 행사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며 “인터넷에서의 언어폭력이 너무나 자연스러운데다 학교?사회 생활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한숭희(韓崇熙)교수는 “익명성 등 넷 의사소통의 부작용 때문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학교공동체의 해체가 급격히 촉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의 쓰레기장이 된 인터넷

“다 덜 잠수함 탔냐. 왜 쌩까는거야.” ”니가 따라고 남한테까지 그럴래, 애자야.”

”구래 이넘아. 나 껌이다. 안그래도 짱나는데.”

학생들의 인터넷 언어사용 실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대구대 이정복(李正福)교수는 “통신공간의 익명성, 어문 규범 일탈형의 표기관행과 비속어, 은어, 각종 기호문자 등의 범람으로 청소년에 대한 국어교육이나 실제 언어생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이는 타수를 줄여 글자를 빠르게 적으려는 심리적 동기도 있지만 `자기들만의 자유'를 느끼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언어사용의 첫번째 유형은 이어적기와 소리나는 대로 적기 등을 통한 표기법 파괴. `맞아 맞아'를 `마자 마자'로 표현하거나 `축하 축하'를 `추카 추카'로 표현하는 식이다. 의도적으로 표기를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래 이놈아'를 `구래 이넘아'로 적거나 `뭐냐'를 `모냐', `아니에요'를 `아니에엽'으로 적는 식읔? 다. `때문'을 `땜' `재미'를 `잼'으로 등 음절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은어와 비속어 사용은 심각하다. 대화방에서 귓속말 나누는 것을 `잠수함 타다'고 표현하는 것을 비롯해 `모른척하다'를 `쌩까다', 무시당하는 사람을 `따' `껌',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깔'이라고 표현하는 등 수백가지의 은어들과 비속어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어법 등은 이 공간에서 소리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교수는 이런 사이버 언어가 학생들의 어문규범 파괴와 수학장애 현상까지 불러오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간의 거리와 의사소통의 단절을 낳고 있다” 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옥순(金玉順)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컴퓨터에 대한 정규교과과정에서 기기 사용법 뿐 아니라 올바른 언어사용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하고 교사들도 세대간 격차를 줄이는 차원에서 통신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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