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공산당 후신인 독일 민사당의 간판격 지도자 그레고르 기지 원내의장이 2일 공식 사퇴함에 따라 당의 앞날에 불투명한 암운이 깃들고 있다. 이로써 1990년 동서독의 통일 이후 10년간 계속된 민사당의 기지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으며 그의 사퇴는 고전중인 독일 공산주의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임 원내의장으로는 무명인 롤란트 클라우스가 선출됐다당내 정치인중 가장 광범위한 대중적인 지지와 통일 이후 민사당의 정치기반 확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기지는 꾸준한 개혁노선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당내 공산주의 원칙론자들과 이념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그는 4월 “민사당이 건전한 좌파 정당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마당에 당내 극단적인 공산주의자들의 방해책동으로 더 이상 당을 이끌어갈 명분을 잃었다”며 “당은 이제 이념적인 지향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며 사퇴를 선언했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민사당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대중정당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민사당은 지난 10년 간 동독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해 1998년 총선에?서 의석 저지선을 상회하는 5.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사당은 아직 `반헌법적 위험집단'이라는 우려를 불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아직 민사당이 대중정당으로 뿌리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기지를 잃게 된 것은 치명적인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당수직을 맡아온 로타르 비스키 마저 이달 말 물러나고 여성 정치인인 가브리엘레 침머가 당수직에 오를 예정이어서 민사당은 지도력 위기의 난관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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