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 음악 좀 들었던 이들에게 이를 테면,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 같은 것은 지난 세월의 기억에 젖어 있는, 노래 이상의 노래다. 그러나 CD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아예 LP음반용 턴테이블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간 듣지 못했던 노래들이 잇달아 CD로 발매된다.BMG 뮤직 코리아는 최근 멜라니 사프카, 엘비스 프레슬리, 유리스믹스, 존 덴버, 징기스칸,호세 펠리치아노, 스모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등의 히트곡이 수록된 음반 30 타이틀을 내놓았다. 한국에서만 발매되는 음반으로 한국 팬들에게 주로 익숙한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이다. 철저히 한국 팬, 그것도 20대 후반부터 30~40대를 겨냥한 음반이다.
지난해 `옐로 서브머린' 을 발표, `더 이상의 비틀스 음반은 없다' 던 EMI 코리아 역시 다시 비틀스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Love Me Do' (1964년 5월), `Yesterday' (1965년 10월) 등 빌보드 (영국챠트) 1위를 차지한 곡을 모은 `더 비틀스: 더 넘버 원스'를 11월 13일 발매한다.
이미 나온 그룹 `퀸' 의 베스트 앨범 3장을 한 세트로 모은 `더 클래티넘 콜렉션' 도 이날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다. 뿐 만 아니다. 10월 하순에는 9장의 CD, 인터뷰 CD, 두 장의 DVD로 구성된 `프레디 머큐리 박스 세트'가 대기중이다. 록 보컬 중 가장 사랑 받는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지갑이 두둑한 그의 옛 팬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차이는 있으나 음반사들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외국계 음반사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클래식 음반 판매량은 날로 급감하고 있으며, 비슷비슷하게 기획되고 있는 외국의 1회용 아티스트들에 대한 국내 팬들의 호응도 역시 낮은 편이다. 음반 주고객들은 가요에 훨씬 우호적이다.
한 관계자는 “올리비아 뉴턴 존의 내한공연은 팝 세대인 30대 이상 팬들로 성황이었다. 음반도 재고가 다 소진됐다. 음반사들은 결국 이 시장에 몰려들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음반은 이미 소개된 노래가 중심이다. 새로울 것도, 아티스트의 진면목을 뒤늦게 나마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때문에 하나의 트렌드로 보인다.
▼외국계 음반사도 가요에 눈독
외국 직배 음반사들이 발견한 탈출구 중 하나는 가요계 진입이다. 세계 음반 시장은 이미 대대적인 M&A 바람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덩치'를 키우고 보자는 것이 이들 업체들의 입장이다. 최근 대표이사가 바뀐 유니버설 코리아는 김민종 김경호의 음반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은 기획사가 하고, 이들 음반사는 제작과 유통만을 맡는 일명 `PD 메이커' 음반이다. 여기에 BMG 코리아 역시 연초 신설된 가요 파트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며 이슬 서문탁 등의 음반을 PD메이커로 발매했다. 워너 소니 등도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순익에는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매출이 불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반면 가요 ?기획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성공 가능성도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이들 업체의 관례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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