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수 `보아' 는 데뷔한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안티 (반대)' 사이트가 여러 개 만들어졌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 사이트를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H.O.T의 열렬한 팬들이다. 두 가수 모두 가수출신 이수만씨가 대표인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H.O.T 팬들은 “기획사가 집중 투자대상을 바꾼 것이 아니냐” 는 분석을 하고 있다.팬들의 열망과 상관없이 기획사의 의지대로 해체된 `젝스키스' 의 사례가 이런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다. H.O.T는 1996년 9월, 서태지 은퇴로 무주공산이었던 가요계를 평정한 아이돌 스타이다. `선배' 가 더 혁신적인 음악으로 컴백을 한 상황에 과연 `왕좌' 를 지킬 수 있을까. 음반 `300만장 판매' 를 장담하는 조성모와의 대결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답을 풀 만한 열쇠인 이들의 5집 앨범 `아웃사이드 캐슬' 이 발매됐다. 그들 스스로도, 혹은 기획사로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작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준 높은 작곡, 편곡이 그렇게 단기간 내에 체득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14곡 전부를 자작곡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이다. `싱어 송 라이터 댄스 그룹' 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 평론가는 H.O.T의 전략을 이렇게 풀이했었다. “타이틀 곡은 따라 부르기 어렵게 만들어 음악~? 을 보여주고, 쉬운 댄스곡인 두번째 곡으로 음반 판매량을 높인다.” 이런 공식으로 본다면 5집 앨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희준이 작사 작곡 편곡을 했다는 `아웃사이드 캐슬' 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요즘 유행하는 업비트 스타일의 드럼 앤 베이스 편성으로 요란하고 가볍기만 한 요즘 댄스음악과의 차별을 시도했다.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각의 가사이다.
`그래! 그렇게!' 는 H.O.T의 음반 판매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두번째 타이틀 곡이다. 조금 기름진 것 같으나 훨씬 풍부한 감성을 전달하는 강타의 보컬에 쉬운 멜로디 라인, 중반의 매력적인 랩, 펑키한 편곡은 조성모의 발라드가 주는 나른함이나 서태지의 하드코어가 주는 부담감을 싫어하는 그들 팬들에게 충실히 보답할 만하다. 그러나 `My Mother' 는 그룹god 의 `어머님께' 를 넘어서지 못했고, `아웃 사이드 캐슬' 역시 신인 박화요비의 `Lie'와 곡 진행과 흡사하다. 후배들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해버린지도 모른다.
서태지가 `아티스트'로 인정 받고 있는 반면, H.O.T는 여전히 이수만씨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일까. 그들은 이제 `아티스트형 엔터네이너'로 비상하려 한다. 그러나 날갯짓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