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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금시장은 '폭풍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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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금시장은 '폭풍 전야'

입력
200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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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매각 차질에다 2차 기업ㆍ금융 구조조정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됐던 자금시장이 `동면'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시장 주변에서는 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견 H그룹, S그룹, D그룹, K그룹 등 `살생부'까지 떠돌고 있다.현대투자신탁 박성원(朴成原) 채권전략팀장은 4일 “채권시장에서 삼성, LG, SK, 롯데그룹 등 일부 우량기업의 회사채 외에는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며 “마치 초대형 폭풍이 밀려오기 직전 모든 동물들이 자취를 감추듯 돈을 쥔 기관들이 숨을 죽인 채 사태의 향방만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흉흉한 자금시장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8.03%,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8.87%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우량기업(신용등급 AA-)의 기준금리일 뿐 중견그룹(BBB급)의 회사채는 매수자가 없어 아예 가격형성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김기현(金起賢)연구위원은 “자금시장에 호재가 될만한 뉴스는 없고 고유가에다 주요 부실기업 매각 차질등 충격적인8m 슈들만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한보철강의 경우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미미하지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동아건설의 향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신규투자 자금은 엄두도 못내

이달부터 12월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회사채는 총 17조6,000억원에 이른다. 현대, 삼성, LG, SK등 4대그룹만 해도 8조6,000억원 규모다. 또 올해를 넘기더라도 내년에는 60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기존 10조원의 채권전용펀드에다 10조원을 추가로 조성해 중견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나 정부 스스로 `관치금융' 철폐를 내 건 상황이어서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상태다.

주가하락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창구도 막힌 상태다.

한 중견그룹 재무담당 임원은 “설비투자는 커녕 고유가로 인해 악화하고 있는 수익성을 어떻게 만회해야 할 지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일부 우량 기업들은 자금난 심화에 대비, 미리 자금확보에 나서는 등 `가수요'까지 유발하고 있으나 중견그룹들은 당장 이 달을 제대로 넘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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