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예인의 `커밍아웃'으로 동성애에 대한 논쟁이 격렬했다. 여론독자부에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해 `동성애'를 어떻게 보아야 할 지 학자의 기고문을 받기로 했다. 동성애운동가에게 청탁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찬반론보다는 폭넓은 층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있고 심도깊은 글을 원해서였다.예상과는 달리 원고 섭외는 쉽지 않았다. 평소 개방적이고 진보적이라 알려져 있던 사회학, 인류학자마저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워낙 민감한 문제라서” “시간이 없어서”라며 원고쓰기를 거절했다. 그런데 다섯번째로 연결된 김병관 아주대 교수는 전공이 `사회변동론'이었지만 “사회의 약자들에 관심이 많아 한 번 쓰고 싶었다”며 흔쾌히 원고를 써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4일자 6면에 글과 함께 싣고자 김 교수에게서 전송받은 사진이 막상 인쇄하고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첫판이 나온 3일 저녁, 김 교수에게 사진을 찍기 위해 신문사에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전송사진과 달리 실물의 김 교수는 콧수염이 있었다. 2년전부터 수염을 길렀다는 김 교수는 사진찍기를 약간 주저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진지하게 보여야 할 텐데 ~m 수염이 나오면 `무게'가 없어보일까봐 걱정된다”며 농반진반의 말을 던졌다.
김 교수가 쓴 시론대로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취향이다. 취향의 차이로 차별받아서 안되는 것은 인권의식의 기본이다. 콧수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콧수염을 기르면 `튄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견해조차 달리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걱정이었다. 콧수염 난 교수의 사진을 실으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했다.
노향란 여론독자부 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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