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다시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예전에도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경제 관료들의 ‘낙관론’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과거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정부는 그동안 위기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 왔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2일 9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건전한 재정,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긍정적 평가 등을 들어 경제가 어렵지만 비관할 상황은 아니며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 내면 내년부터는 안정기조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선 여기에 있다. 이 수석 전망대로 되려면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하지만 최근 위기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이다. IMF 체제 진입 직전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펀더멘털론’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모든 것에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지방순시에서는 경제가 분명히 어렵다며, 대우자동차 매각과 에너지 절약 대책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6일에는 이례적으로 전직 경제 부총리들을 초청,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오늘 열리는 총리 주재 주무장관 회의에서도 경제문제가 주로 다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부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얼마전 주가가 폭락했을 때 시장에서는 이를 ‘민심 주가’라고 불렀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심을 충분히 알아야 하고, 또 알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무엇보다 정책담당자들의 현실 파악 능력에 의문을 가질 때 불안해지고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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