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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不文律전통 깨 사법체계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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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不文律전통 깨 사법체계 '혁명'

입력
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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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1953년 서명했던 유럽인권협약을 47년만인 2일 국내법인 인권법으로 발효시킴으로써 1215년 국가권력의 한계를 처음 정의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 이후 최대의 혁명적 변화가 영국 사법계에 도래하게 됐다.이 인권법 발효는 1966년 이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재판소에 제기해 왔던 영국인들의 인권소송을 영국 국내법 범주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것 외에, 영국 사법체계의 전통으로까지 불렸던 인권에 관한 '불문율' 관행을 명확한 자구(字句)의 성문법으로 종식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은 인권에 관한한 "법이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자유럽게 행동할 권리를 가진다"는 소극적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법률간 위헌소송 을 통해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미국의 1791년 권리장전과 크게 대비돼 왔다.

노동당 정부가 인권법 도입을 적극 추진한 것도 기존의 법 울타리를 뛰어 넘어 실현할 수 있는 이같은 적극적 인권보장책 때문이었다. 여기에 유럽인권재판소가 그동안 영국 국내법에 불리하게 판결한 인권소송 사례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권법 발효로 개인에 의한 정부, 공공기관 등의 인권 침해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동성연애자, 소수인종, 범죄인, 여성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집단이 주 소송당사자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인권침해 시비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법으로는 `공공비밀보호법(Official Secrets Act)',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 관련법이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해 실제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내무부의 권한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노동당 정부는 이번 인권법 발효로 인해 기존 법률의 대대적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권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야당인 보수당은 "인권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돼 불필요한 소송만 양산할 것" 이라며 결과적으로 사법부와 입법부의 힘의 균형을 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1년전에 먼저 인권법을 발효시킨 스코틀랜드의 경우 지금까지 제기됐던 600여건의 인권관련 소송 중 승소한 것은 6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과 달리 관련법이 법원에 의해 위헌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법원이 의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뿐, 법개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범죄자와 같은 국민정세에 부합되지 않는 집단에 의한 무차별 소송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도 노동당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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