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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서 디자인경영 강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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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서 디자인경영 강의해요"

입력
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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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전문회사 누브티스 이경순사장서울대 경영대는 산학합동교육의 하나로 이번 학기부터 '디자인 경영' 과목을 신설하고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누브티스의 이경순(44) 사장을 초빙교수로 임용했다. 보수적인 서울대 풍토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교수는 "디자인은 이제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경영의 영역"이라며 "디자인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트렌드를 읽는 눈을 가진 유능한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교수 초빙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고부가 가치를 갖는 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경영마인드를 동시에 가진 경영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교수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사업을 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사회의 몰이해가 가슴아팠기 때문이다. 그는 홍익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하고 1979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RIT(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에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90년 한국으로 왔다.

그때 직접 디자인한 문양을 들고 여러 의류회사를 찾아다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경영자들이 하나같이 디자인은 외국 것을 베끼면 되지 뭣하러 돈 주고 사냐고 생각하더군요."

그는 오기로 1년 동안 자신의 디자인을 공짜로 여러 회사에 돌렸다. 그렇게 생산된 제품들이 잘 팔려나가자 그 회사들이 거꾸로 자신을 찾더란다.

이렇게 쌓인 명성으로 이교수는 93년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국빈들에게 줄 선물용 스카프나 넥타이 등의 디자이너로 일해왔다. 그의 디자인을 선물받은 이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미국의 힐러리 여사,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 수없이 많다.

"그 때까지 국빈들에게 주는 선물은 외국 제품을 사다 한글로고만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었죠."

국빈 선물용으로 만든 물건을 처분하려다가 사업도 시작했다. "선물용이라고 하나만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러 개 만들다 보니까 꽤 많이 제고가 남더라구요." 그래서 1997년 봄에 무작정 롯데백화점 면세점으로 찾아갔다. 이유를 설명하니까 면세점 측에서 거의 공짜로 점포를 내줬다.

신라의 왕관 불상 반딧불이 인삼 등 한국적인 문양의 디자인이라 외국인이 주고객인 면세점에서 인기가 아주 좋아 이제는 12개 면세점에 점포를 낸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현장에서 배운 것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주먹구구로 해 온 회사경영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것인가를 배우기도 한다"는 이교수는 "디자인 벤처회사 등록을 추진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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