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온으로 느낌이야 덜 하지만 어느덧 10월이다. 책은 휴가철인 여름에 더 많이 팔려 가을은 ‘독서의 계절’에서 밀려난지 오래됐지만, 이번 가을을 맞는 출판계에는 큰 걱정이 하나 더 추가됐다. 도서 정가제가 그것이다.도서 정가제는 책을 할인해 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간행물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20% 이상 할인판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서점들은 시대역행적인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책은 일정 부분 공공재 성격을 갖는 문화상품이고, 지식정보산업시대의 핵심자원이다. 책 할인 판매를 금지하자는 측은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또 출판은 내수산업에다 노동집약적이어서 이윤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 시장규모는 2조5,000억원 정도지만 출판사는 2,000개, 서점은 5,000개가 넘는다.
도서 할인판매가 인정되면 무엇보다 중소형 서점과 출판사들이 무너지고, 유통질서가 붕괴돼 결국 출판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책도 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사고싶어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이고, 같은 상품을 다른 곳에 비해 싸게 팔아 이익을 많이 남기겠다는 것은 판매자들의 상술이다.
책도 상품인 이상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 양서와 악서가 구분되도록 해야 한다.
책 가격을 보장하는 도서 정가제는 가격경쟁을 없애 오히려 출판사와 서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인터넷서점 등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도서 정가제 논란은 이같은 책의 양면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도서 정가제에 대해 시장경제에 어긋나고 소비자보호에도 역행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신간이 나오고 일정기간 지난 후 할인판매를 시작하고, 베스트셀러와 학술·교양서의 분리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번 가을은 출판계에 골치아픈 계절이 됐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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