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문화 행사가 풍성하다. 올해는 20~22일 서울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ㆍ아셈)가 겹치면서 이를 축하하는 공연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서울 시내 주요 극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져 풍요를 더한다. 음악회, 오페라, 창극, 무용의 9가지 공연이 준비돼 있다.아시아와 유럽의 25개 아셈 회원국 연주자로 구성된 아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아셈 개막 전야인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금난새 지휘로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화합의 선율을 연주한다.
이번 아셈의 유일한 공식 문화행사이기도 한 이 무대에서 바이올린 강동석, 피아노 파스칼 드봐이용, 첼로 필립 뮐러가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협연한다.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올라가는 한ㆍ중ㆍ일 합동공연 '춘향전'(19~23일)은 한국 고전을 3국의 고유한 전통음악극 양식으로 각각 선보이는 이색적인 무대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일본 쇼치쿠주식회사의 가부키, 중국 샤오바이후아월극단의 경극으로 만나게 될 3국 3색의 춘향전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축하 무용공연으로는 필립 데쿠플레 DCA무용단의 '트리통'이 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이 단체는 지난해 세계무용축제 때 처음 한국에 와서 발랄한 실험과 유머, 환상을 뒤섞은 독특한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을 매혹시킨 바 있다.
예술의전당은 매년 해온 가을 음악축제에 '아셈'깃발을 걸었다. 뛰어난 연주자와 단체를 초청해 1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섯 차례 음악회를 연다.
현존 최고의 작곡가 겸 지휘자 펜데레츠키를 비롯해 일본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지휘자 김홍재, 대형 피아니스트 백건우 백혜선, 소프라노 신영옥 등 일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예정이어서 무엇을 볼지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펜데레츠키가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19일 음악회는 펜데레츠키 자신의 교향곡 '한국'을 비롯해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피아노협주곡 3번이 연주된다. '한국'은 91년 한국 정부 위촉으로 작곡된 곡으로 우리 민요 '새야 새야'가 주제 선율로 등장하고 우리의 전통악기 편종이 쓰이는 작품이다.
20일 KBS교향악단을 지휘할 김홍재는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로, 일본 음악계를 이끌어갈 지휘자에게 주어지는 '와타나베 아키오 상'등 여러 지휘자상을 석권했다.
백건우가 협연할 부조니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연주시간만 1시간이 넘고 합창까지 포함된 대작으로 한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곡이다.
이탈리아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산타체칠리아는 정명훈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20일 세종문회회관과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은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협연한다.
일본 나고야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2일 김혜정이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4번, 독일 소프라노 레지나 렌조바가 부르는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공연한다. 예술의전당 아셈 축하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소프라노 신영옥이 장식한다.
22일 저녁 다니엘 베키스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의 연주로 베르디ㆍ로시니ㆍ벨리니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한다. 오페라 가수로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낼 곡들을 골랐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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