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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스포츠 / (中)보는 체육에서 하는 체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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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스포츠 / (中)보는 체육에서 하는 체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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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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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스포츠에 대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이다. 특히 형편이 어렵거나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은 더욱 스포츠와 멀다. 세계 10위 수준의 스포츠 강국으로 '보는 스포츠'에는 익숙하지만 '하는 스포츠'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처음으로 국민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수명은 선진국, 건강수명은 후진국'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1998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74.4세로 선진국 수준이지만 병을 앓지않고 인간답게 생을 이어 갈 수 있는 건강수명이 64.3세로 턱없이 낮았던 것.

전문가들은 "스포츠가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의 근간을 제공해 건전한 사회의 바탕을 이룬다는 원론에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안민석(安敏錫.37)교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체육시설이나 국민들의 스포츠 참여도가 20~30배나 차이가 나는데 엘리트스포츠가 세계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건 비정상적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유독 체육만 왜곡돼 방치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기반 위에 엘리트스포츠가 꽃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체육의 현실은 갈수록 태산이다. 교육과정 개편이 거듭되면서 체육 수업시간이 줄어 들고 있는데 현재 적용되는 제6차 교육과정(97~2001년)에서는 고교체육이 2시간 이상으로 이전보다 1시간이 줄었다. 이미 학교마다 입시를 의식 각종 편법을 동원해 체육시간을 축소하거나 자습으로 대체하는 마당에 '하는 스포츠'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1997년 문화체육부가 실시한 국민체육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창시절에 운동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70.3%가 현재에도 월2~3회 이상 체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일 운동하는 사람도 27%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안횡균 박사는 "학교 체육은 학생들에게 체육적 자질과 관심을 가지게 해 성인이 되어서도 생활 속에서 체육을 즐기도록 하는게 우선돼야 한다"며 "또 이들 중에서 우수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이 대회에 나가고 나중에 국가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체육 역시 19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관심이 증가, 이듬해 생활체육진흥계획인 호돌이계획이 수립되고 활성화됐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호인 조직이 규모가 영세한데다 친목도모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방자치단체도 생활체육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전시효과가 높은 일회성 대회 운영에 대부분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의 이영규씨는 "생활체육의 활성화는 선진국형 스포츠클럽으로의 발전이라고 모두들 인식하고 있지만 엘리트체육과 올림픽등 국제대회에 관심과 지원이 집중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체육과학연구원의 정책연구팀이 독일의 스포츠클럽과 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스포츠클럽수가 8만6,000개에 활동 인구는 2,667만명으로 총인구의 32.5%에 달하고 인구 100만의 쾰른시에만도 체육관 210개, 공공수영장 150개를 갖추고 있다'는 수치가 스포츠 선진국의 실태를 웅변하고 있다.

패전후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활력을 위한 목적으로 황금계획(Golden Plan)이라는 대대적인 체육시설 건설 계획을 실시한 덕분이다. 또 이러한 클럽에 대한 지원은 시체육회와 시청 체육과가 맡고 있으며 주체육회와 주정부도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용식(李龍植)박사는 "독일 스포츠 클럽이 청소년 선도, 세대간 화합, 지역사회 주민간 유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어 자신의 건강을 의식하고 뒤늦게 생활체육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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