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쏟아부은 1조원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야 하나.’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동아건설이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섰다. 우방, 미주실업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퇴출되고 2차 기업개혁이 본격화하면서 ‘골칫 덩어리’로 치부돼온 동아건설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아건설은 부채규모만 3조5,000억원에 달해 법정관리나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우방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예상된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동아건설 채권단은 동아건설이 지난달 말 신규자금 4,600억원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더 이상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강경론에 밀려 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1998년 초 부도유예협약대상으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1조원이 투입된 만큼 뚜렷한 전망없이 더 이상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채권단 내부의 분위기다.
동아건설이 신규 필요자금으로 제시한 내역은 ▦국세청 세무조사로 추징당한 법인세 545억원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인한 서울시의 구상권 청구금액 255억원 ▦김포매립지 매각 관련 세금 622억원 ▦신사업 준비자금 1,181억원 ▦대한통운 미지급금 622억원 등.
또 당초 계획대로 부채 3조5,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을 조속히 출자전환해 부채규모가 1조7,000억원대로 떨어져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채권단 회의에서 상당수 채권금융기관이 자금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낙 불신이 높기 때문에 한두 번 회의를 통해 결정이 내려질 사항은 아니다”며 “재실사를 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동아건설의 미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올 상반기 적자규모가 6,180억원에 달하는데다 건설경기 자체가 극도로 침체돼있는 만큼 ‘인공호흡기’로 수명만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동아건설을 퇴출시키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올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 7위에 오른 동아건설이 무너질 경우 엄청난 수의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급증해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최근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건설 등 해외공사의 차질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아건설이 2차 기업개혁에서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기업 중 하나”라며 “동아건설이 앞으로 얼마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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