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훔쳐보기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Reality Show)'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시도된다. 이 프로는 성인 남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인터넷을 통해 보여 줄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한국통신은 이달 중 예정된 자사 인터넷방송국 와치엔조이(www.watchnjoy.com) 개국을 앞두고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된 남녀 10명이 한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는 국내 최초의 리얼리티쇼, '트웬티아이즈쇼(Twenty Eyes Show)를 5일부터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미혼인 성인 남녀 각 5명이 경기 지역 50여평 규모의 2층짜리 전원 주택에서 8주(56일)간 생활하는 동안, 집안 곳곳에 빈틈없이 설치된 20여개의 카메라는 이들의 생활을 그대로 잡아 연출이나 편집과정 없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화면에 띄운다.
이미 지난달 24일 무려 130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대학생과 웹디자이너, 직장인, 실업자, 이벤트회사 사장 등 다양한 이력과 직업을 갖고 있는 참가자들은 앞으로 외출, 전화 등 일체의 외부 접촉이 차단된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삶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특이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내 자신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어디서든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의 지원동기를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네티즌들의 투표와 사회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정신과전문의 등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제의 수행 결과에 따라 매주 한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종 생존자에게는 5,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들의 집단 생활을 통해 성격의 변화, 적응정도, 성적(性的)인 문제 등 사회화 과정을 심도있게 분석할 계획이다.
또 드림라인이 운영하는 동영상 포털 '드림X'(www.dreamx.com)에서도 남녀 5명 씩을 선발, 9일부터 60일 동안의 생활을 생중계하는 '5,000만의 선택-최후의 생존자'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후의 생존자 5명에게는 인기 순위별로 250만~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무리 외형적으로 그럴 듯 하게 포장하더라도 이 같은 '리얼리티쇼' 형식의 프로그램은 저급한 '엿보기 심리'를 상업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자칫 선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정책실장 장여경(張如景ㆍ여ㆍ29)씨는 "생존게임 참여자나 체험자의 동의를 구하더라도 감시자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일상화한다는 점에서 '팥 옵티콘(Pot Opticonㆍ원형감옥)'이 현실화하는 느낌"이라며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전자상거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사생활 침해를 조장하는 이벤트가 만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통신측은 "참가자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건전한 성인들이어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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