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서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그 정책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시민 운동가가 재벌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면서 급여와 스톡옵션을 받은 것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다. 심지어는 재벌기업들이 전직 고위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해서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투명경영, 주주중시경영의 정착이 시급한 이 시점에서 그 수단이라 할 사외이사제도가 미처 자리잡기도 전에 매도부터 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외이사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기업의 혹독했던 구조조정과정에서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그 동안 우리기업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온 독단경영, 폐쇄경영 관행을 견제하여 오너의 전횡을 막고 나아가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권고된 제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외이사제도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초기에 겪게 마련인 시행착오를 하루 빨리 극복하여 우리기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현행 사외이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여지는 많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는 독립성과 윤리성의 문제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로 추천되었기 때문에 과연 적극적인 견제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지적이 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진에 적대적인 인사를 자청해서 선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견제 역할만을 중시하는 사외이사가 사사건건 의사결정을 지체시킨다면 속도가 중시되는 작금의 경영환경에서 그 기업의 경영은 뒷걸음질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외이사의 선임을 정부나 외부기관에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최소한 독립성을 갖춘 인사가 선임될 수 있는 '사외이사 직무수행 기준'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사외이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이제 기업은 사외이사의 견제역할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사외이사의 견제기능만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지원기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궁극적 목표가 어찌 견제만으로 이루어지겠는가. 결국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없이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윤리성의 문제도 사안의 본질은 같다. 물론 이해가 상충되는 자리의 겸직은 제도로 막아야 하겠으나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혹시라도 그러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기업에 있다면 그러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경유착으로 이 지경이 된 경제가 같은 방법으로 개선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사외이사 자신도 그럴 경우 자리를 사양하여 의혹의 소지를 없애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해당사안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빠질 것을 자청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외이사 자신의 전문가적 자질과 직분에 대한 열정이다. 누구에 의해서 임명되었다 하더라도 사외이사의 역할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회사발전에 기여하여 국가경쟁력 제고에 일조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고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이 50%수준을 맴도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가 앞장서는 사외이사의 제도개선이나 윤리규정의 제정도 시급한 사안이겠으나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사외이사 자신의 의식 변화이다.
예종석 한양대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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