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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줏대없는 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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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줏대없는 정통부

입력
2000.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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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목표는 면피, 결과는 미봉책 남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에 관해 정보통신부가 보여온 행태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정통부는 충분한 논의도 없이 덜컥 ‘복수표준으로 하되 업계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당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3개 사업자 모두 비동기로 갈 것에 대비해 견제장치를 둘 것을 제안했으나, 정통부는 “정부가 개입한다는 인상을 줘 비난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다.

정통부는 기대했던 물밑압박 전략이 수포로 돌아가자 모 업체에 “차후 상황을 봐 비동기전환을 허용할테니 일단 동기로 신청해달라”고 애걸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궁여지책으로 사업권 신청을 한 달 연기하고, 기술표준협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정부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이해를 구하기는 커녕 이 안을 업계에서 먼저 건의해 받아들인 것처럼 포장하는데 급급했다.

정통부는 요즘 ‘모두 비동기를 채택한 사업자의 선택을 받아들이되 비동기 국산장비가 개발될 때까지 서비스 시기를 늦추자’는 업계 일각의 주장을 수용할 태세다. 특히 안병엽(安炳燁)장관은 2일 예정된 다른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SK텔레콤의 IS-95C 상용서비스 기념행사에 참석해 ‘IS-95C 서비스가 곧 동기식이므로 복수표준이 관철되는 셈’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동기식 포기=장비산업 기반 와해’라는 그동안의 주장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지만 정통부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더욱이 통상압력, 중복·과잉투자 심화 등 서비스 연기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정통부가 어떻게든 면피하고 보자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PCS 사업때보다 더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희정 인터넷부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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