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영수회담을 거듭 제의한 후 여야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여야 총무는 공식 회담을 재개, 영수회담을 사전 조율을 한 데 이어 3일에 다시 회담을 갖기로 했다. 여야가 이처럼 영수회담 성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이번 협상마저 결렬되면 여야 모두에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 총재는 등원의 명분을 다른 곳에서 찾지 못하고 거듭 영수회담을 제기했다. 지난 번 대구 집회전 상황처럼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다시 장외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도 절차와 의제에 집착, 영수회담에 미온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우리가 거부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심은 영수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뤄질 지에 모아지고 있다.
총무회담 역시 이에 대한 접점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여야는 영수회담의 사전조율 필요성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으나 이날 야당은 정치 현안의 사전 정리에 상당부분 동의했다.
또 야당의 대구 집회전에는 총무등 여야 지도부간 불신이 극에 달했으나 이날 총무회담에서 신뢰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타결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다만 최대 쟁점인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 문제가 총무선에서 합의되지 않을 경우 이를 영수회담에 넘길지에 대해선 여당은 소극적이고 야당은 적극적이다.
특검제 실시 여부와 함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등 3대 현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막판 걸림돌이다.
총무회담에서 야당측은 3대 현안의 경중을 비교, 특정 현안에 대한 대폭적 양보를 요구했으나 여당측은 “이것 대신 저것을 달라는 식의 협상은 곤란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막판 신경전 여하에 따라 협상 결렬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이총재 일문일답"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조건 없는 영수회담을 재차 제의했다.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이 이 제의를 거부한다면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국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당 안팎의 조건 없는 등원론을 일축했다.
_당내에 등원론 주장이 많은데.
“하루 빨리 등원해 국회를 정상화하라는 국민의 바람을 안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의 뜻은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상화를 해야 한다.”
_거듭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여권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구걸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다시 한번 요구한 것이다. 회답을 지켜보겠다.”
_대구 집회 이후에도 여권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지지 않으면 진정한 여당으로 볼 수 없다. 여당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_한빛은행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 후 필요시 특검제’ 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특검제를 피하려는 수사(修辭)라면 수용할 수 없다. 진실로 특검제의 길을 연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_중진회담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지침을 내렸는데 여당 중진이 어떻게 바꾸나. 사전 의제 조정 없이도 영수회담을 할 수 있고 전례도 있다.”
_강경 노선 고집이 대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장외 집회로 인기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국회 기능을 정상화해 민생문제를 풀려는 것이다.”
_조건 없는 등원 의향은 없나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재간이 없다. 학교 폭력 해결 없이 학교에 가라는 게 온당한가.”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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