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맞아 남한의 정당·단체 대표들과 각계인사를 평양에 초청키로 했다고 북한 방송들이 1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지난달 29일 열린 이른바 ‘정부·정당·단체대표 합동회의’ 명의로 된 초청편지를 곧 남측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북한은 해마다 연초가 되면 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의해 온 바 있다. 그때마다 남측은 북한의 선전·선동적인 대남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란 점을 들어 이를 일축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제안 시점이 해마다 의례적으로 되풀이한 연초가 아니라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무렵이라는 점, 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후 다방면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이 우리측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 상투적인 대남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라고 일축하기 어려운 우리의 입장을 북측이 계산에 넣은 것이 아닌가 판단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딜레마때문인지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초청대상이 정당·사회단체라 정부가 나서기엔 부적절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인듯 하나, 북측의 진의가 무엇인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안팎으로 여건이 달라진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지만, 북측의 노림수는 통일전술전략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남한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북한이 ‘연석회의’에 매달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신들의 뜻대로 결론을 유도하기가 용이하리라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통일된 목소리에 반해 여야 입장이 다르고, 사회단체 역시 스펙트럼이 다양한 남한엔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회의는 진정한 통일논의의 장(場)이 되기 보다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굿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금은 화해와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남북이 합의한 장관급 회담이나, 적십자회담, 국방장관 회담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여러 실질적인 회담통로를 두고, 다시 남북간에 논란과 불신을 낳을 ‘연석회의’를 들고 나온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정당차원에서 신뢰회복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정당간 교류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노동당 창건일에 남한의 사회단체 대표까지 불러 ‘연석회의’를 가지려는 발상은 아무리 선의로 생각한다 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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