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이 달 초 일정 중 눈에 띄는 대목은 6일의 전직 경제부총리·장관 오찬과 7일의 전직 외교통상장관 오찬이다.그동안 김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후 국무위원을 역임하거나 주요 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사들과 오찬이나 만찬을 가졌으나 이번처럼 지난 정권의 부총리나 장관들을 집단으로 만난 적은 별로 없다. 이런 행사는 아주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최근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장·차관을 역임한 인사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그런 의견이 나와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의미 부여를 신경쓰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최대의 현안이 경제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통령이 전직 경제부총리를 만난다는 사실은 일단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의 낙관론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접수했다.
이 같은 고언은 현 경제팀의 ‘펀더멘털론’을 비판해온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교수나 김종인(金鍾仁) 전 경제수석은 물론이고 김 대통령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해온 중경회 멤버들에게서도 제기됐다.
최근 김 대통령을 만난 한 소장학자는 “김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낙관쪽으로 기울어 있다”면서 “다른 목소리, 다른 시각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도 요즘에는 낙관론만을 언급하지 않고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토로하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고언을 청취하면서 한편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측면도 있는듯하다.
전직 경제부총리·장관들 중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경제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가 적지않아 김 대통령이 이들의 협조를 구하려는 광범위한 민심수렴과 연대세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직 외교장관과의 오찬도 남북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들에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자 하는 ‘겸상(兼床)의 자리’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문민정부의 강경식(姜慶植) 전 부총리가 참여할 지도 궁금한 대목. 청와대는 일단 서울에 있는 인사들에게는 모두 연락한다는 입장이지만, 강 전부총리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성기자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