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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바다'에 흠뻑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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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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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부산은 언제나 영화로 출렁인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벌써 다섯번째.6일부터 14일까지 55개국에서 출품된 209편의 영화가 부산 남포동 일대 15개 상영관을 찾는다.

규모에만 치중해 ‘수퍼마켓’ 이니 ‘일본, 중국영화판’에 ‘외화 수입업자들의 홍보장’ 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부산영화제는 이제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자기 색깔을 찾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창’ 이란 섹션이 말해주듯 PIFF는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 본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영화가 118편이나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자신있게 말한다. “아시아 영화에 관한 한 빠지는 것이 없다.

올해부터는 각국 영화산업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까지 포함시켰다.” 또 하나의 매력은 올해 만들어진 세계적 수작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칸 , 베니스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이미 수상하거나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자청해서 부산을 찾는다. 그만큼 PIFF가 아시아 영화시장을 위한 중요한 자리가 됐다는 의미이다.

베니스영화제 특별감독상 수상작인 이란의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 로 막을 열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홍콩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 로 문을 닫을 PIFF는 그야말로 어느 해보다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일본 이시이 소고의 ‘고조’ 를 비롯한 세계 최초 상영(월드 프리미어) 외화가 5편이나 되고, ‘아시아 프리미어’는 무려 108편이나 된다. 여기에는 1998년부터 시작한 아시아영화 프리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에 참가해 완성된 영화11편도 포함돼 있다.

27편이 참가한 ‘아시아 영화의 창’ 에는 ‘감각의 제국’의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 처럼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거장들의 금기를 깨는 작품에서부터, 신예 가린 누그르호(인도네시아) 감독의 학살에 대한 고발을 담은 ‘시인’ 까지 다양하다.

유일한 경쟁 부문인 ‘새로운 물결’ 은 여성감독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홍콩 림위화의 ‘십이야’ , 이란 마르지예 메시키니의 ‘내가 여자가 된 날’ , 대만 비비안 쳉의 ‘금지된 속삭임’ 은 여성의 섬세한 눈으로 포착한 억압과 욕망과 가족의 이야기이다.

‘오픈 시네마’(7편) 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라스 폰 트리에의 ‘ 어둠속의 무희’와 일본 키타노 다케시의 신작 ‘형제들’ 을 만나고, 그야말로 세계영화의 종합전시장인 ‘와이드 앵글’에서는 36개국의 63편을 준비했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은 ‘한국영화 파노라마’(12편) 에서 다시 상영한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에서 ‘춘향뎐’ 까지를 살펴보는 ‘춘향전 특별전’(6편) 도 열린다.

가족 모두(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두 딸)가 영화를 만드는 이란의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 8편도 특별 상영한다.

그리고 PIFF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은 ‘천산을 넘어온 중앙아시아 영화 특별전’ (5개국9편) 까지 이어진다.

■ PIFF로 가기

부산은행 전국 지점과 부산 서면의 영광도서, 서울극장 등에서 입장권을 예매한다. 오전9시30분부터 밤10시까지 인터넷 예매 (www.piff.org)도 가능하다.

4,000원. 이미 개막, 폐막작과 태국 용유스 통콘턴 감독의 ‘철의 여인들’ 등 20여편은 전회 매진됐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해외 영화제 수상작 풍성

개막작인 인도 감독 부다뎁 다스굽타의 ‘레슬러’, 폐막작인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는 이미 예매가 끝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는 그 어느 때보다 해외 유명 영화제 수상작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아시아 영화의 약진을 반영하듯 7개 섹션 중의 하나인 ‘아시아 영화의 창’에는 올 칸, 베니스 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대기중이다.

중국의 장원(姜文) 감독은 ‘붉은 수수밭’의 주인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로 감독으로 데뷔한 후에는 차세대 중국 영화의 감독으로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흑백 영화인 ‘귀신이 온다’는 중국정부 몰래 올 화제에 출품했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더욱 주목받게됐. 1944년 중국 동북지방에 던져진 두 의 일본군 포로와 시골 농부들의 힘의 갈등을 그렸다.

‘하얀풍선’ 에서 맑은 동심의 세계를 보였던 자파르 파니히 감독은 ‘순환’으로 올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는 직설화법으로 이란의 여성문제를 들춰낸다. 탈옥을 했으나 검문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여성, 감옥에서의 강제 임신, 매춘 등으로 이어지는 이란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문제를 강하게 드러낸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PPP프로젝트의 하나였던 작품이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칠판’은 올해 20세인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란 이라크 지대의 국경지대에서 학생을 찾아 나선 두 교사의 방랑을 통해 피폐한 삶 속의 삶과 죽음의 욕망을 잡아냈다.

양덕창 감독의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소란스런 중국식 결혼식으로 시작, 점점 강팍해지는 삶의 풍경을 감독의 섬세한 시각으로 들여다본 작품으로 올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베니스 영화제 특별 감독상 수상작인 ‘레슬러’는 인도의 대표 감독중의 하나인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근작으로 여자 때문에 갈등을 겪던 두 친구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의식 속에 투영된 사회적 편견을 차례로 드러낸다.

이외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일본 아오야마 신리 감독의 ‘유레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1967년형 시트로앵’, 넷팩상을 수상한 지아장커 감독의 ‘플랫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의 ‘사랑에 빠진 또마’ 등도 볼 수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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