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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열차승무원 손석학씨 / "철로변 꽃길가꾸기 계속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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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열차승무원 손석학씨 / "철로변 꽃길가꾸기 계속하고파"

입력
200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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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역에서 회기역에 이르는 1.5km 철로변에는 요즘 분꽃 사루비아 옥잠화 봉숭아 등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또 봄에는 진달래 개나리 목련 살구꽃 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다. 자칫 황량하기 쉬운 철로변이 꽃과 나무가 있는 공간으로 변한 데는 손석학(孫錫鶴·71)씨의 30년이 넘는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일제시대부터 열차 승무원으로 일한 손씨는 한국전쟁중 청량리기관차 사무소로 발령이 나 고향 천안을 떠나 청량리역 부근인 지금의 동대문구 전농동으로 이사했다.

1966년 승무원을 그만 둔 손씨는 이듬해 4월 김현옥(金玄玉) 서울시장이 철로 변을 둘러본 뒤 “서울의 동부 관문이 이렇게 지저분할 수 있느냐”며 구청장과 동장에게 정비 명령을 내리자 이에 공감, 꽃과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손씨는 거의 혼자 힘으로 이 일을 했다. 주민들에게 나무를 얻고, 묘목을 직접 재배했으며 때론 주머니를 털어 나무를 사다 심었다.

철로 변 경사진 곳은 지게로 돌덩이를 날라 계단식 화단으로 바꾸었다.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 장관, 서울시장, 철도청장 등으로부터 상장과 감사장도 여러 번 받았다.

그러나 노동판에서 일하거나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꾸리던 손씨는 이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원망도 샀다.

그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심은 나무가 수천그루, 종류만도 수백가지가 될 것”으로 말했다. 이제는 나무 심을 공간이 없어 주로 나무를 관리하지만 사루비아 같은 1년초는 아직도 심는다.

하지만 요즘 손씨는 걱정이 크다. 혼자 살고있는 철로 변 집이 헐리게 됐기 때문. 1970년부터 살고있는 이 집은 법적으론 무허가이지만 나무를 심고 옆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동사무소의 허락을 받아 지었다.

그러나 올 4월 동대문구가 부근 왕복 4개 차로의 고가도로를 확장키로 하면서 집을 헐겠다고 통보해온 것. 대신 보상금으로 80만원을 주겠다고 하지만 이 것으로 방 구하기란 턱도 없다.

“꼭 헐어야 한다면 가까운 곳에서라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손씨는 나무를 가꾸며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려던 마지막 소망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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