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군경과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충돌은 30일 현재 사망자가 16명, 부상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이날 밤 휴전협상이 깨져 예루살렘에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아랍권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의 '의도적 침략'으로 규정하며 대 이스라엘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섰고, 이스라엘은 우발적인 충돌을 팔레스타인이 이용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극우 야당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가 회교의 성지인 마운트 템플을 방문한 의도부터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샤론 당수가 최근 부패혐의를 벗고 복귀한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와의 당내 권력투쟁에 직면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충돌을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샤론은 1981~1983년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며 레바논을 침공,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대해서도 에후드 바라크 정권이 예루살렘을 팔아먹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30일 이집트를 방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논의한 후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아랍권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측이 군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참배객들의 머리를 정조준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비난하고 관련 증거물을 압델 메귀드 아랍연맹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이와함께 알 아크사 사원 경내에서 벌어진 `학살'을 공식 조사해주도록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살상을 유발한 폭력행위를 개탄하고 이스라엘 측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도 이스라엘군의 발포를 야만적 침략행위이며 새로운 범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방위군의 조치는 이스라엘 국민과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군이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했다고 강조하고 팔레스타인도 자제력을 보이고 사태를 억제해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슐로모 벤 아미 이스라엘 외무장관서리는 이번 사태가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에 의해 조종됐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민감한 사안인 동예루살렘 문제는 협상테이블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양측이 치안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촉구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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