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춤은 철학에 가깝다. 춤에 에너지가 있다. 몸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30일 끝난 제 9회 리옹 댄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기 다르메는 아시아 춤의 인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동양 춤의 정신적 요소가 무척 인상깊었던 모양이다.르네상스 시대부터 실크의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 리옹의 이번 비엔날레는 ‘실크로드’를 주제로 지난달 8일부터 3주 동안 17개 공연장에서 아시아 춤을 집중 소개했다. 33개 초청단체 중 30개가 아시아 단체이다.
한국에서는 개막 무대를 장식한 김덕수의 사물놀이패 외에 무용단으로 홍승엽의 댄스시어터 온과 김매자의 창무회가 초청됐다. 비엔날레 초반인 8~12일 댄스시어터 온의 공연이 대단한 호평을 받은 뒤여서인지, 27일 토보강 문화센터에서 열린 창무회의 첫 공연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날 저녁의 비엔날레 공연이 6개 극장에 흩어졌고 그중 네 개가 첫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기 다르메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토보강으로 왔다.
창무회는 ‘활(闊)’ ‘춤 그 신명’ ‘하늘의 눈’을 공연했다. 전통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창무회의 몸짓에 대해 기 다르메는 “처음 보는 매우 독특한 춤”이라며 “새로운 발견”이라고 표현했다.
징, 꽹과리, 대금, 가야금 등 전통 악기와 판소리 구음이 들어간 음악도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그들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목을 길게 뺀 채 무대를 지켜보다가 2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따뜻한 박수로 자신들이 받은 감동을 표시했다.
싱가포르 댄스 페스티벌의 매니저 아멜리아 강은 “굉장하다. 매우 역동적이다”라며 내년 6월 페스티벌에 와달라고 요청했다.
기 다르메는 이번에 자신이 초청한 한국 3개 팀의 공연에 대해 “놀라운 음악과 춤을 소개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창무회의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특히 홍승엽에 대해서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매우 명민하고 지적인 참된 안무가”라며 “리옹의 춤 전용극장인 메종 드 라 당스에 정식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종 드 라 당스는 프랑스에서 춤의 메카이다. 또 홍승엽의 작품 ‘데자뷔’를 이번 비엔날레가 찾아낸 ‘보물’로 평가했다.
리옹 댄스 비엔날레는 국제적 권위를 갖고 있다. 초청받기도 어렵거니와 세계 무대로 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무회와 댄스시어터 온의 성공적인 데뷔는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무용단이 여기 초청되기는 처음이다. 올해 이 행사의 예산은 한화 40억원 정도. 한국의 올해 국제 무용행사인 ‘세계춤 2000’이나 ‘세계무용축제’ 예산이 4억~7억원임을 비교할 때 이 행사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큰 행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춤을 보려는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공연은 횟수로 치면 100개가 넘는다.
놀라운 것은 그 많은 공연의 객석이 유료 관객으로 찼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현대무용가 데시가와라 사부로, 대만 안무가 린화이민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공연은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 썰렁한 극장에서 집안잔치처럼 치러지는 한국의 무용 공연과는 매우 다른, 부러운 풍경이었다.
/리옹=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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