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팝니다.”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鮮于明鎬) 교수는 최근 2억원을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내고 연구실 200평을 사기로 했다. 선우 교수는 이에 따라 교내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 이르면 11월쯤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따로 연구공간을 갖게 된다.
연구원은 지상 6층 지하 2층 연면적 1만678평 규모로 한양대는 교수와 기업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분양을 하고 있다. 조건은 평당 100만원에 10년 사용. 관리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현재 교수와 기업 등 20개 팀 정도가 분양을 신청했다.
선우 교수의 경우 분양금 2억원은 10년 장기연구계약을 맺은 모토롤라사에서 받은 연구비로 충당했다. 매달 내야 할 관리비 240여만원과 컴퓨터 등 각종 연구용 기자재, 석·박사 과정생 및 박사후 과정생 등 연구원 15명의 인건비도 각종 연구프로젝트를 따서 해결해야 한다. 교수중에서는 가장 많은 평수를 신청한 그는 관리비와 인건비를 댈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프로젝트를 따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꾸려나가 봐야지요”라고 말한다.
한양대의 분양사례는 이제 상아탑도 연구공간까지 교수 ‘능력’에 따라 사야 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말해준다.
작년 3월 문을 연 연세공학원도 비슷한 경우. 지상 4층 지하 5층 연건평 2만1,100평을 분양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입주시 평당 100만원씩을 기부금으로 학교에 내고 25년간 사용권을 받았다. 공학원 건설에 자금을 지원한 기업체는 무료로 30년 사용권을 받았다. 현재 기업체 6개, 교내 연구소 14개, 창업보육센터내 벤처 22개 등 모두 40여개 팀이 입주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측은 “산·학 협동 연구를 위해 공학원을 학교 안에 지었다”며 “학교 연구진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연구성과 교류나 장비 교환 등 각종 협력이 용이하다”고 설명한다.
공학원내 전파통신연구소의 경우 교수 12명, 석·박사 연구원 100여명이 200평 가량을 쓰고 있다. 매달 관리비 250여만원과 연구원, 사무직원 월급은 교수들이 따온 연구비로 충당한다. 기계전자공학부 서종수(徐鍾洙) 교수는 “공학원에 입주하면서 전보다 연구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좋지만 IMF 이후 연구용역 건수와 액수가 많이 줄었다”며 “연구보다 기업체를 상대로 연구용역 등 직간접적 지원을 받기 위해 세일즈에 치중해야 할 때도 많다”고 말한다.
학계에서는 연세대와 한양대처럼 대학이 교수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연구공간을 분양하는 방식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학 협력을 원활히 하고 교수들간 경쟁을 촉발, 능력 있는 교수가 연구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문 등 다른 분야 교수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특히 이·공계에서도 ‘잘 나가는’ 분야의 교수에 모든 자원이 편중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李鉉淸) 사무총장은 “대학 캠퍼스 안이나 주변에 산·학·연 합동 연구공간이 들어서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연구공간은 독립된 분야를 한 장소에 모아만 놓는 식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첨단과학기술이 한 데 어우러져 복합기술 개발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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