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명록 방미 의미와 전망조명록(趙明錄)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북미관계가 마침내 외교적 절충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 정책조정관의 방북 당시 고위급 인사의 방미 초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그동안 수차례 계속된 준비회담성격의 대화에서 미국측의 성의있는 대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행을 미루어 왔었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5월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인후 ‘테러지원국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미국을 압박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 적군파요원의 추방 등 몇가지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테러지원국 해제는 불가하다고 맞서 번번이 평행선을 달려 왔었다.
美, 테러국해제 성의 보일듯…수교협상등 일괄타결 가능성도
이번 뉴욕 북미회담에서 북한의 전격 제의로 조 부위원장의 방미가 성사된 배경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두가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나는 뉴욕회담에서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진전된 해결책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대북 강경론을 내세운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를 의식한 클린턴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를 명시적으로 확약해 주지는 않았으나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키로 암묵적 확약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화해무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일 및 북미관계의 조속한 정상화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수 불가결하다고 보고 북한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 상호수교협상의 타결을 촉구해 왔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추진했고 북한도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전제조건을 양보하고 대미 수교협상과 병행키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조 부위원장이 방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한다는 점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미 수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명목상 고위인사가 아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군부실세를 파견한 점도 주목할 점이다. 북한은 워싱턴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수교협상은 물론,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미사일 등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타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내주 초까지 진행될 뉴욕회담에서 고위급회담의 의제에 관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토대로 워싱턴의 고위급회담에서 북미간의 정식수교 등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조명록특사 정부반응
"관계개선 北의지 담겨" 환영
정부는 30일 조명록(趙明祿) 부위원장의 방미가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환영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르기타 달 스웨덴 국회의장을 접견하면서 “조 부위원장의 방미는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에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철회하고 통일후 동북아 세력 균형추로서의 미군의 역할을 인정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 부위원장은 미국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거물급”이라며 “그의 방미에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클린턴 대통령 임기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고리를 걸어두겠다는 북한측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조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미 상층부에 전달할 수 있는 실세중 실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는“이번 북미 회담에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조명록특사 성사배경
北, 뉴욕회담서 전격제의
조명록(趙明錄) 북한 국방위원회 제1 부위원장의 방미성사는 지난달 27일부터 계속중인 뉴욕회담에서 타결된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관련,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회담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북한 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이 미국 대표인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에게 전격제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 뉴욕회담은 북한측이 김 부상 뿐 아니라 장창천 외무성 미주국장과 군관계자 등 미국통 협상 실무자들을 총망라한 대표단을 파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이와관련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첫날 만남에서 김영남 (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사건에 대해 미국이 성의있는 자세로 유감을 밝히자 북한측도 미측의 진의를 이해하면서 회담분위기가 고조됐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들은 “현안이었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 미국이 암묵적 지원 약속을 보장함으로써 양측이 서로 양보를 통해 이같은 합의를 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부상과 카트먼 특사는 사흘 예정이던 회담을 연장, 30일과 다음주 초에도 논의를 계속하며 워싱턴의 고위급회담의 의제 문제를 사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조명록은 누구
北 2인자 '군부 최고실세'
조명록(趙明祿·70·인민군 차수)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은 북한군의 최고 실세.
공식 서열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3위이지만 국방위원회가 북한의 실질적 통치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제2인자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와 외빈 접견시 빠짐없이 배석하고 있는 조 차수는 6월 15일 김 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위해 주최한 환송오찬에 사복 차림으로 나와 남북 공동선언에 대한 군부의 지지를 밝히는 오찬사를 하기도 했다.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1985년 상장, 1992년 4월 대장으로 진급했고 1995년 차수 계급을 달고 총정치국장으로 발탁되면서 군부 실세로 급부상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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