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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제2 감원 태풍'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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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제2 감원 태풍' 공포

입력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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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감원 대상자를 결정하는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C은행의 간부 김모(45)씨는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동년배들보다 2년 늦게 입행했는데 그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까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2년 전 은행을 떠난 직원들 상당수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 있는데 경기까지 나쁜 지금 나가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은행가에 또 다시 ‘잔인한 계절’이 닥쳤다. 당장 한빛, 조흥, 외환, 평화, 광주, 제주 등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대상 6개 은행이 노조의 양해를 구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감원 규모는 2,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전 1차 은행구조조정 때 간신히 살아남은 은행원들이 다시금 감원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대규모 은행간 합병인 ‘빅뱅’이 시작되면 또다른 감원도 불가피하게 된다.

각 은행 노조는 이 같은 은행원들의 불안심리를 인식하고 있으나 ‘전체가 살기 위해 일부 희생은 불가피하다’며 곤혹감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 심리적 공황 확산

은행마다 노사 합의로 감원 규모를 확정했으나 아직 대상자는 결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감원 대상의 60~70%가 은행의 허리층이자 가계를 책임진 30대 후반~40대 초반의 4급 직원(과장, 대리)들이라는 점이다.

H은행의 김모차장(42)은 “지금 나간다면 말 그대로 거리에 내쫓길 처지”라며 “곧 닥칠 은행 빅뱅 과정에서 또 한 차례의 대규모 감원이 예상돼 차라리 명예퇴직금을 많이 받을 수 있을 때 그만두자는 자포자기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 ‘몸 사리기’ 속 기업들 초비상

감원 대상 선정기준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과다 대출에 따른 ‘징계’여부다. 기업에 대해 과다하게 대출해줬다가 추후 그 기업이 부실화할 경우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원 태풍이 몰아치는 최근 각 지점에서는 은행원들의 ‘몸 사리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제 발생 소지가 적은 가계대출은 몰라도 기업대출은 아예 손조차 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증시 침체에다 ‘포드쇼크’로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중견기업들이 “요즘 들어 더욱 대출창구 문턱이 높아졌다”며 초비상이다.

C은행의 한 대부계 직원은 “100% 담보가 있지 않으면 대출문을 아예 걸어 잠근다”며 “괜히 기업대출을 해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나만 쫓겨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불투명한 감원 기준도 원성을 사고있다. D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 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했지만 사후적으로라도 감원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준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명퇴대상에 포함되고 중간에서 적당히 눈치만 살피며 일하는 사람들은 살아남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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