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부 실력자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의 미국방문은 질척거리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탄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조 차수는 북한내 권력서열 3위이지만 실제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다음의 실세다.그가 김 위원장 특사로 내달 9~12일 미국을 방문,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과 고위급 회담을 갖는 것은 격세지감의 변화다.
우리는 조 차수의 미국방문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공존의 길을 여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희망한다. 김 위원장이 고위급 특사로 조 차수를 선택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은 그동안 공들여 왔던 정전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평화체제 등에 관해 탐색을 하리라 예상된다. 정부가 정신을 가다듬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북한은 또 조만간 강석주를 워싱턴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미국과 북한간에는 고위급 회담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정부가 북측에 대해 기회있을 때 마다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갖도록 훈수한 것이 비로소 결실을 보지 않았나 판단된다.
조 차수의 방미결정은 6·15선언으로 남과 북이 화해를 다짐한 이래 북한의 가장 긍정적 자세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북한을 지탱해 온 강성군부가 김 위원장의 개혁과 개방노선에 동참했음을 의미한다. 아무쪼록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 시도가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바짝 서두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북한이 물러나는 클린턴 행정부와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듯 싶다.
만약 ‘덜 협상적인’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 힘의 논리로 자신들을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을 북한이 우려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차제에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중심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정상화하도록 측면지원은 물론 역으로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북한은 6·15선언의 실천 의지가 다소 소극적인 듯 하다. 제주에서 열린 제3차 장관급회담이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조명록 차수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은 더이상 망설이지 말고 보다 통 큰 개혁과 개방화의 길로 나가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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