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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황소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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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황소개구리

입력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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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등 아시아 원산 뱀장어가 미국 플로리다, 하와이 등의 수중생태계에 침투, 토착 어종을 마구 먹어치우는 포식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아시아 뱀장어는 토착어종에 비해 생존력이 강하고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어 토착 생태계에 큰 위협이라고 미국 생태학자들은 우려한다.

미 ABC뉴스 등에 따르면 아시아 뱀장어가 미국에 출현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누군가 양식을 위해 들여왔던 몇 마리가 자연생태계로 흘러 들어가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플로리다의 운하 지대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만 수십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하와이, 마이애미 북부, 조지아주 남부 등에서도 번식하고 있다.

이들은 개구리, 작은 물고기, 새우, 거북이 알 등 수중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생태학자들은 ‘진공청소기’처럼 수중생물을 빨아들이는 이들의 식욕이 토착 먹이사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플로리다의 경우 따뜻하고 습한 기후 덕택에 중미, 아프리카, 아시아 계통의 28개 외래어종이 들어와 토착화하는 단계에 있지만, 이들은 모두 습지에 가로 막혀 내륙지방으로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뱀장어는 진흙 뻘 속에 굴을 깊이 파고 들어앉아 수개월을 먹지도 않고 살 수 있는 등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 외래어종 가운데 처음으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부 깊숙이 진출했다.

아시아 뱀장어의 확산을 막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야행성인데다 인기척에 재빨리 진흙 속으로 파고 들기 때문에 그물로 잡기가 어렵다. 물고기에게 듣는 웬만한 약품도 소용없고, 수중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는 방법조차 통하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기충격이다. 수중에 전극을 넣고 800볼트 이상의 전류를 흘리면 뱀장어가 몸을 뒤틀며 물 밖으로 튀어오른다.

다른 물고기는 이미 죽었을 전류이지만 그래도 뱀장어는 완전히 죽지는 않은 실신 상태이다. 미국의 관계자들은 이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시아인들에게는 뱀장어가 정력식품으로 인기가 높지만 뱀장어를 잘 먹지 않는 미국인들에게는 다만 생태계의 위협으로 보일 뿐이다.

/남경욱기자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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