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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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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입력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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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차관광 백두산관광단(9월22~28일)의 취재진으로 북한을 다녀왔다.북으로 가는 준비를 하면서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할 용어들이 많았다. 빨갱이, 괴뢰군, 남침, 세습 독재…. 입 밖으로 내뱉으면 '큰 일 난다'고 교육을 받았다. 북한은 '북측', 남한은 '남측'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입단속을 잘 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관광단의 일부는 입단속 뿐 아니라 몸단속에서도 수준 미달이었다. 북측의 성지(聖地)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담배를 빼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말끝마다 비웃고…. 한 젊은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 대표적 인 '입단속 불량' 사례가 됐다.

그러나 그 때 한 관광객이 북측 안내원에게 위로차 건넨 말은 더 가관이다. "남쪽 국회의원은 젊거나 늙거나 다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어". 옳고 그름을 떠나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그만 돌이라도 놓으려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다.

북측 사람들은 우리의 '추태'를 보면서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마다 잠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곧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북한 관광국의 한 간부는 북한을 무심결에 '우리나라'라고 했다가 "그런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라고 바로 사과하기도 했다. 통일을 향한 각오는 우리보다 북측 사람들이 더 단단한 듯 했다.

말을 참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길은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즐겁게 감수해야 한다. 북측에는 이런 구호가 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권오현 생활과학부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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