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매각이 계약이행 종결시한을 넘김에 따라 매각성사 여부마저 불투명해 졌다.30일 자산관리공사 등 한보철강 채권단은 "지난 3월 인수계약을 체결했던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대금납입 등 계약이행과 관련한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스측이 계약파기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당초 네이버스측은 이날까지 4억8,000만달러의 인수대금을 납입하거나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키로 했다. 채권단은 한보철강 전용부두 사용권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한 뒤 네이버스측의 이 같은 계약이행을 조건으로 법원에 정리계획 변경인가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네이버스측은 계약이행 종결 시한인 이날까지 일체의 답변을 미루고 있다. 이에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네이버스측이 대금납입 기한연장 등의 요청을 해오면 매각협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협상파기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단 채권단은 네이버스측의 최종답변을 요청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계약이행이 지연된 것은 네이버스 컨소시엄 내부에서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네이버스측은 컨설팅업체를 통해 실제가치가 3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흘리는 등 가격을 깎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또 채권단 대표가 지난26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네이버스측이 법원인가와 부두사용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계약불이행 의사를 밝힌 것도 인수가격을 깎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채권단은 보고있다.
이에 따라 대우차 매각불발에 이어 3년8개월을 끌어온 한보철강 매각도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보철강도 대우차의 경우처럼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하더라도 네이버스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채권단은 매각이 최종 결렬될 경우 2~3년간 정상가동하면서 제3의 인수자를 찾는 방안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보는 대우와 달리 매월 20여억원씩의 잉여금을 내며 정상화도 가능한 기업"이라며 "일정기간 가동을 지속하면서 인수자를 물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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