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30분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한창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 덕수룸. 보건복지부 협상단과 의료계 단일협상창구인 ‘비상공동대표 10인 소위원회’사이에 한 치도 양보가 없는 설전이 벌어졌다.“의약분업을 입안한 보건복지부 직원 3명을 문책하세요.”(소위) “장관의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에게 문책이라뇨….”(복지부 관계자)
발언 수위는 차츰 높아졌다.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본 협상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불법이나 비리를 저리른 것도 아닌데 의사들이 함부로 문책 운운해서야 됩니까. 절대로 수용할 수 없습니다.”
불과 이틀전 의료계가 요구한 ‘서울경찰청장 직접 방문 사과’를 놓고 양측 사이에 오갔던 ‘세 싸움’이 ‘공무원 문책’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났고 오후 7시30분께 협상은 중단됐다. 불과 3시간30분 전 의료계 스스로 천명했던 ‘공식대화 재개 선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화를 위해 회담장에 나온 것인지, 결렬을 위해 대면한 것인지 혼돈스러웠다.
의료계가 완전 의약분업과 의료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엄연히 존재한다. 불법집회를 진압한 경찰총수를 ‘과잉진압’했다는 이유로 회담장에 불러내 사과를 받겠다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의료계 주장대로 올바른 의약분업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데만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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