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국회 등원이 임박한 것 같다.대다수 고위 당직자들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핵심 측근 의원들은 “대구집회를 이제 막 끝냈는데...”라며 등원 여부에 대해 딱 부러진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당 저변의 분위기는 ‘등원 불가피’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 총재 주변에 포진해 있는 핵심 당직자들 가운데는 지속적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이들이 여전히 상당수 있다. 이들은 “여권이 이 총재의 영수회담 제의까지 거부하는 마당에 어떻게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여권이 시간 을 끌면서 꾀나 부리는 식으로 나오면 우리는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지어 삭발, 단식, 의원직 총 사퇴 등의 극한적 선택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전의를 꺾지 않고 있다.
강경론자의 수는 그러나 대구집회를 앞두고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당의 전투 역량이 한계점에 다다른데다 장외투쟁이 더 이상 적극적인 국민지지를 얻기 힘든만큼 이제는 투쟁방식을 전환할 시점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집회 직후만 해도 지속적 투쟁론을 주장했던 한 핵심 당직자는 “29일 대구집회를 고비로 장외 투쟁력이 임계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이 총재가 주말에 숨고르기를 한 다음 총재단 회의-당직자 회의-의원총회의 수순을 밟아 내주 초에 등원 선언을 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핵심 측근 의원 역시 “이 총재가 대구 기자회견(28일)서 ‘국회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등원을 위한 운 떼기로 보면 된다”면서 “문제는 과정과 방식인데, ‘책임있는 원내 1당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장외투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현 정권의 국정실패와 부정부패를 충분히 알렸다’는 정도의 등원 논리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9일 저녁 귀경, 정국대응 기조를 놓고 숙고에 들어간 이 총재가 강경에서 유화로의 잦은 유(U)턴과 떠밀리듯 국회로 들어가는 모양새의 부담을 어느정도 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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