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일보사가 후원하는 통일정책 포럼이 2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전환기의 남북관계, 통일의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포럼에서 참석자들은 ‘6·15 남북 공동선언’이행의 평가와 향후 정책 과제를 논의하고 남북 화해시대의 바람직한 통일운동 방향 등을 제시했다.
■ 서대숙(徐大肅)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남한의 햇볕정책에도 기인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한에 대한 획기적 정책전환에도 기인한다. 두 정상은 민족의 화합과 통일에 크게 공헌했다. 정상회담의 또 다른 면은 최근의 남북화해가 김 위원장이 남한의 포용정책을 받아들여 시작된 것이지만,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남북화해는 북한의 또 하나의 대남정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남한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백두산 관광에서 찾아보려고 하는데, 이는 두 체제의 평화공존에는 도움이 되지만 우리 민족의 통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남북 교류와 민족 화합의 궁극적 목적은 통일이다. 하지만 정부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선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한다. 감정적으로 같은 핏줄만 찾지 말고 이성적으로 서로가 무엇을 고쳐 민족이 화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 서동만(徐東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남북 공동선언 평가와 향후 과제
현 시점의 남북관계는 국가 관계를 전제로 한‘화해협력 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경의선 연결이나 군사 직통전화 설치 등 초보적 단계 외에 상호 군사훈련 참관, 병력이동 통보, 군사정보 교환 등 포괄적인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가 실현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현상 변화를 둘러싸고 협상 채널을 정리하는 일도 남북한, 미국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다. 남북한 관계 개선은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른 평화정착과 경제협력, 인적교류 등 실질적 관계개선이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도화 수준도 핵심적 내용을 이루게 될 것이다.
■ 백학순(白鶴淳)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북측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3개월여 동안 북한은 남북 공동선언을‘일관성 있게’‘충실히’이행해 왔다. 북한 주민들은“통일이 되면 잘살게 된다” “이번 회담을 가능케 한 사람은 김정일 장군님이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북간 합의는 일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잘 못 될 경우 그 정통성을 훼손케 할 수도 있다. 현재 상당수 사람들이 냉전적 사고에 갇혀 남북한간의 화해·협력의 속도와 폭을 두려워하고 비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이 지금의 역사적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 남북한 평화공존과 단계적 통일의 전망
이념과 제도가 상이한 두 체제가 하나의 공통된 정치질서 속에 동등한 자격으로 통합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점진적·단계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수령 유일체제와 노동당 체제가 국가로서의 북한 그 자체와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제기하는‘연방제’ 통일논의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이 이뤄져야 한다. 남북문제는 우리 사회 내부의‘남남(南南)’문제이자 ‘한반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됐다. 동북아 및 전세계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정해구(丁海龜) 성공회대 교수: 대북인식의 변화와 통일운동의 방향
과거 통일운동은‘반통일에 대한 통일운동’이었던 만큼 주로 운동권의 전유물이었으나 향후 통일운동은 사회의 각 부문, 계층, 세대, 지역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특히 통일의 주역이 될 젊은층의 참여가 절실하다. 토론을 통해 입장차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의 통일운동이 필요하다.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소통과 토론도 절실한 때다. 반정부 주체였던 통일운동 세력의 지향과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지향은 점차 그 간격을 좁히고 있다. 정부는 통일운동 세력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고 통일운동 세력 역시 자신의 요구를 정부 정책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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