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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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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해야 하나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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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까지는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예금액은 전액 보장해주었지만 내년 1월부터는 2,000만원까지만 보장해주는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시행키로 했다.이를 두고 시중자금이 우량 금융기관으로 집중돼 취약한 금융기관이 도산할 것이므로 시행을 연기해야한다는 주장과 이미 약속한 사항인만큼 계획대로 시행해야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시행은 하되 보호한도를 높이자는 '절충론'도 나오고 있다.

***찬성***

이인실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연구실장

예금부분보장제도는 국민과 약속한 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한다. 시행을 연기하거나 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얻는 것은 적으면서도 결국 많은 것을 잃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 등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는 것은 정부의 땜질식 처방과 부진한 구조조정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을 주장해왔는데 이미 오래 전에 도입을 예고한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불과 시행 석달 전에 수정한다면 결국 정부의 개혁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대내외적으로도 중요한 정책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도와 국제신인도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주게된다.

정부는 4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 금년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면, 뒤에서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우열을 가려줄 예금부분보장제도의 시행을 미뤄서는 안된다.

보호한도를 3,000만∼4,00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도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5,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의 발생으로 시장규율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보호 대상인 2,000만원 미만 예금자의 비율이 6월말 현재 은행96.6% , 금고와 신용협동조합 각각 91.2%, 91.3%에 달한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구조조정과정에서 경제 각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심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부분보장제도의 시행을 연기하고 한도를 확대한다면 부실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위험한 영업을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소위 역선택의 문제를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

자금이동 문제를 염려해 보호한도를 인상하여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한 후에 예금보험 기금을 지급하면 국민의 혈세 투입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개혁조치를 미루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 불안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반대***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변화와 개혁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를 탈피하기위해 우리는 변화와 개혁에 매달려왔다. 예금부분보장제도와 예금전액보장제도 중 무엇이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제도냐고 묻는다면 답은 분명히 예금부분보장제도이다.

문제는 지금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금부분보장제도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금융기관간에 대등한 경쟁관계가 형성돼있을 때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자. 신문지상에는 공적자금 추가조성, 주식시장 최저치 경신, 부실기업 판정기준 확정, 은행경영평가위원회 구성, 제2차 구조조정 추진 등이 연일 경제기사의 제목을 이루고있다. 이런 와중에 시행되는 부분보장제도는 금융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켜 작금의 신용경색만 심화시킬 뿐이다.

예금부분보장제도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부 주도하의 금융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제도가 아니라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이 복원되면 시장의 규율에 의해 금융기관이 감시·통제되는 제도이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은행이 공적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하면 기업금융이 위축되고 이는 작금의 신용경색 현상만 악화시킬 따름이다. 또 소매금융은행으로의 자금 집중은 풍요 속의 빈곤현상을 야기하며 이는 금융시장이 추구하는 자금의 효율적 분배에 역행한다. 예금부분보장제도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연기돼야한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려 외국인의 비웃음을 샀듯 금융구조조정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하면 이번에는 누구로부터 어떤 비웃음을 살까.

역사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지금 시행해 이의 폐해를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제3의 안' 들***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인가, 연기할 것인가의 양론 사에에서 제기되는 제3의 안이 있다. 내년부터 시행은 하되 보호한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그것. 고성수(高晟洙)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국가가 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언젠가는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정부가 이미 도입키로 약속까지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보호한도인 2,000만원은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으로 국제 평균인 2.8~2.9배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원은 "보호한도를 높이면 예금 이동이 줄어들어 취약한 금융기관이 입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금융기관 파산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이나 국민 부담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나친 상향 조정은 부실금융기관의 예금보호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금융 구조조정과 시장원리 작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보호한도를 3,000만원 이내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도 잠시 연기하고 보호한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선우석호(鮮于奭皓) 홍익대 교수는 2003년부터 5,000만원을, 김재성(金在星) 대구은행 부행장보는 시장이 안정되는 시기에 5,000만~1억원을 한도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교수는 시행 시기보다는 보호 한도 확대에 중점을 두고 2,000만원까지는 전액을, 그 이상은 95%까지를 보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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