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또 호주에 의미있는 금메달을 안겼다.한국인 코치 이기식씨가 지도하는 호주남자양궁이 개인전서 호주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데 이어 한국인이 스승인 호주여성이 정식종목으로 처음으로 채택된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딴 호주의 로렌 번스(26)의 스승은 바로 한국인 정진태씨(32.호주 멜버른거주)다.
번스는 예상밖의 다크호스였다. 호주언론조차 금메달을 기대치 않았을 정도. 올림픽 공식지인 데일리 텔레그라프지는 "역사적인 금메달"이라고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였다.
판정시비가 없지 않았으나 경쾌한 푸트 워크와 날렵한 발차기로 세계챔피언인 치수주, 미국의 케이포를 물리친 덴마크의 한네 풀센을 차례로 격파한 번스는 결승서 쿠바의 멜렌데스 로드리게스마저 4-2로 꺾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일뿐 아니라 호주 사상 첫 세계대회 우승자가 됐다.
정코치가 호주로 온 것은 지난 94년. 용인대 졸업직후 호주정부가 시드니 올림픽을 위해 초빙, 그때이후 줄곧 호주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다. 초기에는 동양인을 깔보는 풍토에 반발, 한때 쫓겨날 뻔도 했지만 97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동메달 3개를 따내면서 호주체육당국의 인정을 받았다.
로렌 번스는 94년 처음 국가대표코치를 맡을 때부터 지도했던 애제자.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할 정도다. 번스가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 김운용세계태권도연맹회장, 이건희IOC위원, 헨리 키신저 전미국국무장관등 세계의 명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코치는 번스를 번쩍 안고 메트에서 내려올 정도로 금메달의 기쁨은 오히려 번스보다 더 컸다.
6년간의 고생에 대한 보람을 찾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정코치는 국내선수시절 국가대표를 지내지 않았으나 국내선수권대회 우승을 여러 번 차지할 만큼 태권도에 큰 재능을 가졌던 핀, 플라이급선수. 용인대 졸업후 선수에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코치로서 동양인의 설움을 딛고 결국 코리안 드림을 일군 의지의 한국인이 됐다.
정진태씨는 "이민초기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 금메달 하나로 보람을 얻게됐다"며 "호주정부가 태권도에 많은 정성을 쏟아 오늘의 결실을 거두게 됐다"고 기뻐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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