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연방 국민의 정신적 지주인 세르비아 정교회가 28일 야당연합 대통령 선거 후보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정권을 인수할 것을 촉구했다.또한 유고연방 중 하나인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필립 부야노비치 총리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민족회의(SNV)도 이날 “코슈투니차 후보의 대선승리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세르비아 정교회는 이날 최고 대표자 회의를 열어 정국수습방안을 논의한 뒤코슈투니차 세르비아 민주야당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고 “가능한 한 평화적이고 엄숙한 방법으로 정부와 의회, 시 정부를 인수해주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교회는 코슈투니차 후보를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당선자”라고 호칭했다. 유고연방에서 교회는 직접적 정치적 권한은 없지만 부패한 사회에서 교회를 청렴의 보루로 여기는 국민에게 막강한 도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발표는 27일 20만명의 군중이 베오그라드 도심에서 야당의 승리를 축하하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밀로셰비치는 이날 여당인 세르비아 사회당(SPS)에 2차 결선투표를 준비할 것을 지시하는 등 강경대응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은 결선투표가 강행될 경우 일터와 학교 안가기운동 등 비폭력 시위로 정부 업무를 마비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친밀로셰비치 성향을 보이던 군부도 개표결과 발표 뒤에는 일단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네보이사 파브코비치 유고군 최고 사령관은 27일 프랑스 3TV와의 회견에서 “정치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군은 시민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밀로셰비치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면서도 “선거에서의 유고인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군의 무력 개입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숙청을 통해 군수뇌부를 장악했지만 9만여명의 병력중 절반이 징집 출신이어서 밀로셰비치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편이라는 지적이다.
1998년 숙청으로 밀려난 몸칠리 페리시치 전 참모총장도 “야당의 승리를 축하하는 장교들이 많아 무력사용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군부보다 경찰과 민병대가 무력 사용의 선봉에 설 것이란게 유력한 관측이다. 밀로셰비치의 권력 유지의 핵심 기반인 경찰은 군에 맞먹는 8만~10만명의 규모로 헬리콥터와 장갑차 등을 자체 보유할 정도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악명을 떨쳐온 준군사조직인 민병대도 경찰 책임자인 프렌키 사마토비치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각국반응
한편 서방국가들이 정권교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28일 유고상황에 대해 어떠한 압력도 가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쑨위시(孫玉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각각 유고 선거는 국내문제로 여야 어느쪽에도 압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외문제에 대해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베트남 정부도 이날 이례적으로 서방국가들이 지나치게 유고연방의 내정에 개입하고 있다며 비난한 뒤, “유고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 2차 결선투표가 민주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며 밀로셰비치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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